세월호 3주기와 부활절 주일을 맞아 이 땅의 고난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예수 부활의 기쁨과 소망을 전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16일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공원장에서는 4.16가족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가 ‘예수가 여기 계시다(마28:7)’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공동주관으로 열린 이날 예배는 2000여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4.16부활절연합예배음악팀의 찬양으로 시작됐다.
이 시대의 크고 작은 아픔을 가진 이들을 위한 시간으로 준비된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는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현장에서 고난당한 이들을 위로해온 평범한 사람들을 순서자로 내세웠다.
세월호 희생자 유예은 양 할머니가 기도로 예배의 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 우리는 눈물을 닦아주는 예수, 부활의 소망으로 이끄시는 주님을 만나기 위해 모였다”며 “이제 우리, 애통하는 이웃과 함께 울자. 고통과 죽음을 가로질러, 고통 없는 영원한 생명을 약속한 주님을 노래하자”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어 말씀의 예전 순서에서는 안산시민 박정수(희망교회) 씨가 말씀(마28:1~10)을 낭독했으며, 샬렘영성원 홍보연 목사가 ‘예수가 여기 계시다’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홍보연 목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접한 우리는 그토록 바랐지만 한 사람도 살아오지 못한 채로 부활절을 맞이해야 했다. 부활의 메시지는 생명, 기쁨, 소망인데 그날은 분노와 혼란, 상실과 좌절뿐이었다”고 무겁게 입을 뗐다.
이어 그는 “세월호의 아픔을 간직한 우리에게, 예수님의 부활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은 무덤에 계시지 않으시고, 갈릴리를 향해 가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갈릴리는 여러 강대국의 지배를 받은 어둠의 땅이자 소외된 곳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갈릴리에 나고 자라셨으며, 공생애를 보냈다. 제자들과 함께 아픈 사람들을 고치고 먹이셨으며, 외로운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을 갈릴리로 부른 것은 그곳에서 다시 삶을 이어가라는 의미”라며, “이를 통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던 예수의 가르침이 다시 제자의 삶을 통해 살아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홍 목사는 “오랜 시간 끝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아직 유가족들의 고통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부활의 큰 감격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와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한 기도의 시간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이 시대에 차별과 아픔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소외된 이들에게 전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될 것을 다짐했다.
또 김형원 목사(하.나.의.교회)와 김은미 목사(용산성광교회)의 집례로 성찬식이 거행됐으며, 시민 500여명으로 구성된 ‘4.16시민합창단’이 봉헌성가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했으며, 암브로시오스 주교(한국정교회대주교, NCCK 회장)의 축도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이번 예배에 참석한 제천제일감리교회 반정연 씨(27)는 “세월호 3주기를 맞아 더욱 의미있는 일이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번 행사를 알게 됐다”며, “물론 각자 있는 자리에서 마음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현장에 나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행복한교회 서총명 씨(27)는 “부활의 기쁨은 있지만, 세월호 사건으로 고난받는 이들은 여전히 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세월호 유가족에게 예수님이 늘 함께 하신다는 위로의 마음이 전달되는 예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