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육 위기가 끊임없이 이야기되는 가운데서도 신대원들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신학교육이 나갈 방향이라는 인식에 믿음의 기초를 다지는 신대원의 모습도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고려신학대학교가 두 가지 모습을 전형적으로 대비하며 신학교육 현장을 개혁해가고 있다. 장신대 신대원은 ‘글로컬현장교육원’을 통해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현장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고신대 신대원은 전교생 새벽기도회 등 기본 신앙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 현장사례를 소개한다.
장신대 신대원 - ‘글로컬현장교육원’
장신대 신대원생 최장희 전도사는 올 초 2명의 다른 학생들과 독일 인턴십을 다녀왔다. 독일 현지교회 사역을 직접 경험하면서 제1세대 기독교 국가인 독일교회의 모습을 봤다. 특히 독일교회 목회자의 소명감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한국교회에서 사역과 독일 유학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최 전도사는 “현지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난민보호소를 견학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다소 냉소적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봤는데 더 긍정적으로 바뀌는 기회가 됐고, 좋은 목회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들 신대원생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장로회신학대학교가 2년 전 야심차게 출범시킨 ‘글로컬현장교육원’이 운영하고 있는 교육이다. 장신대는 변화하는 목회현장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고 신대원생과 학부생 모두 미래를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글로컬현장교육원’을 세웠다.
목회자로 길이 정해진 것으로 여겨지는 신대원생들 역시 요즘 ‘9포 세대’ 청년들과 다르지 않게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는 교세가 줄어들고 사역지가 감소하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실제로 지난해 본지가 실시한 신대원생 인식 설문조사에서 주요 11개 교단 산하 신학원생들은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졸업 후 진로’(40.3%)가 두 번째로 높은 ‘결혼/이성문제’(16.7%)보다 두 배가 넘었다. 1학년 44.2%, 2학년 60.5%, 3학년 67.4%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고민하는 신대원생은 많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장신대의 경우 교회 안 현장실천과 교회 밖 현장실천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교회 밖 현장실천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도 느껴진다.
사실 교회 안 실천은 신대원생이라면 쉽게 경험하는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교회 밖은 낮을 수밖에 없다. 학교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신대원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보고 진출할 수 있도록 발판이 돼 주고 있다.
실제 장신대는 교육원을 통해 교회 밖 실천현장 110여곳을 발굴해 학생들에게 연결시켜주고 있다. 해외 인턴십을 위해 현재 외국에 소재하는 1400여 동문가정을 연계시켜 사역과 취업을 연계하는 작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클로컬현장교육원 김성중 교수는 “실제 학생들에 대한 자체 설문에서도 사역분야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신대원생들이 사회 현장으로 가서도 일하는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해외 인턴십이다. 교단과 학교가 세계 유수의 교회들과 맺고 있는 네트워크는 학생들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장신대 소속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이성희 목사)가 행정적 연결고리로 지원을 하고 있다. 학교와 현지, 교단이 삼박자를 맞춰 신대원생들의 진로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짧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진행되는 인턴십을 위해 학교는 자체 예산을 들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글로컬현장교육원은 유럽, 미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 현지인 사역과 한인교회 사역, 제3세계 선교사와 한인교회, 해외 기관사역 5개 분야에 대한 인턴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비어가는 유럽교회, 아직도 할 일이 많은 선교지 교회, 젊은 인재의 도전을 기다리는 해외 선교기관들까지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서는 장신대에서 9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1년간 독일교회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고신대 신대원 - 전교생 새벽기도회
새벽 6시.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강당 가득 인파가 모였다.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고신대 신대원에서는 매일 새벽 6시 전교생과 교수들이 함께하는 새벽기도회가 진행된다.
지난 25일에도 어김없이 새벽기도회가 열렸다. 20분 가량의 짧은 예배가 진행된 뒤, 불이 꺼지고 찬양이 흘러나온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기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큰 소리로 하나님을 부르는 사람,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눈물로 기도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새벽 기도의 단이 세워지고 있었다.
전교생이 매일 아침마다 새벽기도에 참석할 수 있는 비결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학칙과 큰 연관이 있다. 학생 뿐 아니라 교수들도 교내에 위치한 사택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새벽기도 참여에 제약이 없다.
불이 꺼지고 20분 정도 지나자 한 명 한 명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생활관으로 복귀하는 학생들을 붙잡고 새벽기도회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대부분 부스스한 복장을 하고 있지만 표정만은 평안해 보였다.
2학년 이민형 전도사에게 새벽기도는 일종의 훈련이다. 신대원 입학 전에는 새벽기도 생활을 꾸준히 하지 못했다는 이 전도사는 지금의 새벽기도 훈련이 훗날 목회 현장에서도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새벽기도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이 전도사는 “대부분의 동기들 역시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새벽기도에 참여하고 있다”며 “특히 교수님들의 헌신에 감사하고 있다. 강의 시간에 전해지는 내용들이 직접 설교로 나올 때 좋다”고 말했다.
새벽기도는 훈련을 넘어 신대원생 개개인이 하나님과 밀접하게 만나는 영적 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3학년 양원재 전도사는 이날 아내를 위해 기도했다. 최근 몸이 좋지 않은 아내 때문에 근심이 많았는데 하나님 앞에 기도하고 난 뒤 마음이 평안해졌다.
양 전도사는 새벽기도와 경건회를 비롯한 고신대 신대원의 공동체 생활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서 경건훈련을 감당해야했다면 학업과 사역에 치여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3년간 동기들과 함께 살면서 관계가 매우 끈끈해 졌다는 점도 큰 유익”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새벽기도회 설교자로 나선 이성호 교수(교회사)는 새벽기도회야말로 고신 신대원이 다른 학교와 구별되는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신대원 도서관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기 때문에 6시에 맞춰서 나오는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새벽기도회가 개인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훈련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교수들 사이에 새벽기도 설교에 대한 ‘거룩한 부담감’이 있다며 “교수들이 새벽기도회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눈에 보인다. 설교를 할 때 최소한 기본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대원장인 변종길 교수는 1998년 2학기 천안으로 캠퍼스를 이전한 이후 계속되고 있는 공동체 생활’과 관련해 “올바른 신학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삶 전체가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영성훈련이 대단히 중요하고, 공동체 생활은 영성훈련의 기초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변 원장은 “요즘 젊은이들이 기도 훈련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입학하지만 3년간 새벽기도를 통해서 많이 훈련되고 습관화 되는 것을 본다. 현재 새벽기도회는 잘 정착이 됐다”면서 “앞으로도 기도운동을 계속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성경읽기 교육’의 강화와 더불어 현재의 3년제 목회학석사 과정을 ‘5년제’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수도권 여자신학원과 평신도 신학교, 중국인 학생을 위한 신대원 과정의 개설 등의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