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정책을 결정하는 정기총회에서 사회적 약자와 교회 내 소외계층을 위한 결의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지난 9월 각 교단 정기총회에서는 교단 산하 노회들과 상임부서, 위원회에서 올린 약자와 소외층 관련 헌의안과 청원사항들을 다뤘다.
전체적으로 올해 총회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논의가 많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교단 정기총회 결의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기장총회의 ‘사회선교사 제도’의 도입이다. 교회와사회위원회와 평화통일위원회가 헌의한 ‘사회선교사제도’는 지난해 100회 정기총회에서 1년간 연구하기로 결의한 끝에 나온 결과다. 기장총회는 향후 대사회적 제반 문제들을 위한 사업을 위해 활동해온 사역자들을 ‘사회선교사’ 이름으로 공식 파송할 수 있게 됐다. 또 사회선교사를 훈련 육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사회선교사 제도’는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사회선교 사역의 기회를 제공하고,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평신도들을 전문직 사역자로 공식 교단 파송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우선 제도는 시행세칙에 따라 운영될 예정이지만, 사회선교사를 적극 지원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또 사회선교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 때문에 교단 내에서는 교단 산하 한신대 신대원에 관련 과목이 개설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기장총회는 ‘이주민 선교를 위한 외국인 목회자 양성과정’을 신설했다. 현재 우리나라 외국인 이주민은 2백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온 기장총회는 이번 총회에서도 9명의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들의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 10년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예장 통합총회는 전국 노회 산하에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결의했다.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 10년 운동’은 사회적 갈등과 남북한 분단 등을 극복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과 실천을 목표하며 추진해온 사업이다. 관련해 ‘민족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3년’을 전개한 바 있다.
통합총회는 올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정책문서를 교단 공식을 채택한 점이 두드러졌다. 사회봉사부가 주관해온 연구안으로 ‘디아코니아 사회선교지침서’, ‘경제양극화 극복을 위한 화해지침서’가 향후 교단공식문서로 역할을 하게 된다.
한가지 짚어볼 점은 교회 내 대표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여성들에 대한 권익신장 노력이 올해도 상당수 좌절된 점이다.
통합총회에서는 여성위원회가 노회 파송 총대 가운데 의무적으로 여성 1인 이상을 파송해 달라는 건은 정책기획위원회로 보내 연구하도록 해 사실상 현행대로 유지하게 됐다. 통합총회 산하 노회는 66개로, 이 청원이 받아들여져 1인을 파송하더라도 여성총대는 4%대에 불과하다.
여성위원회의 특별위원회 자격을 상설위원회로 청원해 달라는 것도 정책기획연구위에서 다루도록 했다. 하지만 각 노회에 여성위원회를 신설해 달라는 청원과 교단 산하 7개 신학교에 양성평등 과목개설을 위해 총회신학교육부가 연구해 달라고 했다.
기장 양성평등위원회는 교단 총회 여성참여 비율을 늘리고, 각 상임위와 특별위원회에 여성 2명 이상을 공천 할당해 달라고 헌의했지만 기각됐다. 또 여성장로 30% 선출을 의무화 해 달라는 헌의안도 기각됐다.
통상 국제기구와 해외 교회연합단체들의 경우 여성의 비율을 최소 30% 수준이 적정하다고 평가하는 바에 비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기장총회 여성총대는 약 9% 수준으로 여타 교단들보다 월등히 높지만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교단 내 여성기구의 주장이다.
진전을 보인 결의도 있었다. 노회와 교회의 양성평등 교육 헌의안, 여성 교역자 출산과 양육 보장을 위한 헌의안과 교단 성윤리 강령 제정 헌의안은 허락됐다. 그러나 내실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교단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질적인 후속조치가 요구된다.
합동총회 현장에서는 성추문 문제로 사임한 전병욱 목사에 대한 재판여부가 표결에 부쳐져 끝내 부결됐다. 교단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지금까지도 거세다. 여성안수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예장 고신은 올해 신학교를 졸업한 여성을 위한 ‘권도사’ 제도 신설을 논의했지만 부결됐다. 지난해 여성안수 제도 불가를 결의한 예장고신은 올해도 교단 내 여성권리 문제에 있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예장통합, 기장 뿐 아니라 합동, 고신 등 상당수 교단들은 교회 내 약자그룹에 대한 배려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자 노력했다. 은퇴목회자나 개척목회 지원, 장학재단 설립 등을 위한 헌의안들이 상정됐고, 상당수가 허락됐다. 하지만 일부 교단의 경우 대사회적 의제에 있어 소외계층에 대한 결의가 매우 적었다는 점은 내년 총회에서는 개선돼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인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