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내용을 담은 대표적인 작품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데이빗 핀처, 2008)다. 이 영화는 아이가 장성하여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80대의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다가 나중에는 아이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나나츠키 타카후미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만든 <나는 내일, 어제의 너를 만난다>(이하 ‘나는 내일’) 역시 구조적으로 보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같다. 시간이 거꾸로 가는 세계에서 온 여자 에미(고마츠 나나)가 등장한다. 형식은 같아도 내용은 다르다.
우선 ‘나는 내일’은 서로 반대되는 시간의 흐름을 가진 20대 두 남녀가 만나 연애하는 30일간에 집중한다. 특히 이 기간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통해 영화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 경험에서 인간에게 현재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기발한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시간 경험을 관심 있게 주목하는 필자는 로맨스보다 시간 경험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이에 관해 집중하며 감상하였다.
서로 어떤 상이한 세계관을 갖고 있든 만남의 순간은 소중하다. 불교에서는 인연이라 말하며 모든 만남에 가치를 부여한다. 그런데 지난날들을 가만히 곱씹어보면 인간의 만남을 어긋나게 만드는 주범은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를 염려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고집하며 과거에 대한 집착을 표현하여 상대를 힘들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을 염려함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이 현재를 망치게 만드는 주범임을 안다면 이제라도 현재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바로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가 어떠했든지 또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상관없이 두 사람이 만나는 현재에 서로를 위해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최선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닐지 싶다.
우리의 만남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는 가장 좋은 길은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염려하지 말고 오직 현재 서로 도우며 행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