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오후 9시 25분쯤 서울 중계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1급 장애인인 오 모 씨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승강기 문으로 스스로 돌진해 문이 부서지면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 사회는 많은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272만6천 명이 넘는다. 11.1%가 선천적인 장애인이고, 나머지 88.9%가 후천적인 장애인이다. 이 중에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수는 43.3%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사는 경우가 24.3%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조사결과 장애인 4명 중 1명은 가족, 친지와 떨어져 혼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장애인들의 실태는 그들의 심리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전국 3만8,560가구에 대해 방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애인들이 겪는 정서적 위기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우울감 경험률은 24.5%로 비장애인의 10.3%보다 두 배 이상 높았으며, 자살 생각률 역시 장애인(19.9%)이 비장애인(4.2%)의 4.7배나 됐다.
이러한 이유는 장애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상생활과 관련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서 훨씬 나아졌지만, 생계와 직결되어 있는 취업과 관련해서는 ‘차별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35.8%나 되어서 심각한 차별을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15세 이상 장애인의 취업률은 36.6%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은 일반인의 전체 취업률 60.9%에 비하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당연히 소득률이 현저히 낮아서 월평균 소득이 일반인의 50%를 조금 넘는 수준인 223만5천 원 정도이다. 장애인들은 이러한 이유로 국가와 사회에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소득 보장(38.5%), 의료 보장(32.8%), 고용 보장(8.5%) 등이다.
우리 사회에는 종종 장애인들이 도로나 혹은 철로에서 자신을 쇠사슬로 묶고 시위를 하는 경우가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이제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결코 경제선진국의 모습은 아니다. 우리가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려면 가장 어려운 여건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질병의 고통, 장애의 고통, 가난의 고통, 사회적 차별의 고통을 겪는 당사자들의 입에서 우리 사회가 정말 살기 좋아졌다는 말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사회적 약자들은 삶이 고달프다고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교회의 모습을 보자. 교회를 건축할 때 처음부터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나 설비를 위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가? 어느 교회는 아예 휠체어가 화장실 입구를 통과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수많은 계단이 있어서 예배실로 들어가려면 온갖 고난의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예, 장애인들은 교회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장애나 가난이나 질병의 문제를 하나님의 축복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은 어쩌면 교회 안에 더 팽배해 있지는 않은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가서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전하여라. 맹인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못 듣는 자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마 11:2~6 참조). 교회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과 생명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할 사명이 있다.
노용찬 목사(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공동대표, 빛고을나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