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도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I WOULD RATHER BE BURIED IN KOREA THAN IN WESTMINSTER ABBEY).”
최근 양화진문화원은 양화진 묘원에 묻혀 있는 선교사들의 삶과 사역을 소개하는 책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를 출간했다. 위 글귀는 호머 B. 헐버트 선교사(Hormer B. Hulber)의 묘비에 새겨진 것으로, 그의 유언이었다. 책에서는 그가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외국인’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소개하며 탁본을 함께 실었다.
1863년 미국 버몬트주에서 태어난 헐버트 선교사는 다트머스대학과 유니언신학교에서 공부한 후 1886년 국립 육영공원 영어교사로 한국에 한동안 왔다. 잠시 미국에 들어갔다가 1893년 미국 북감리교 선교사로 파송돼 한국을 찾은 그는 1907년 일제에 의해 추방될 때까지 우리 민족을 위해, 독립을 위한 삶을 산 선교사역자였다.
헐버트 선교사의 길지 않은 체류 기간 중 업적은 괄목할 만 했다. 여러 문서선교 사역을 했던 헐버트 선교사는 1895년경 독립협회 활동 지원, 독립신문 창간에 기여했다. 1899년 YMCA 설립추진위원장, 1903년 횡성기독청년회(현 YMCA)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아리랑’을 서양식 악보로 처음 채보한 이도 헐버트 선교사였다.
특히 고종황제와 깊은 관계를 맺었던 헐버트 선교사는 1905년 을사늑약이 있기 전 황제 밀사가 돼 미국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었다. 1907년에는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이준 등 세 명의 특사를 파견하도록 역할을 했고, 자신 역시 헤이그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며 일제의 만행을 알렸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그토록 사랑했던 조선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헐버트 선교사는 한국에서 숨을 거뒀다. 4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1949년 87세가 된 헐버트 선교사는 이승만 대통령 초청으로 다시 한국에 왔다가 하나님 품에 안겼다. 헐버트 선교사는 태어난 지 1년 만에 목숨을 잃은 아들 셀던 헐버트(Sheldon Hulbert, 1896~1897)가 묻혀 있던 양화진에 그제서야 함께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