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년의 한국 기독교 역사는 좁고 협착한 길의 연속이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남북 분단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신앙을 간직한 한국 교회는 민족적 고난과 위기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신앙으로 인한 핍박은 사라졌지만, 사회적 신뢰를 잃고 세상으로부터 지탄과 멸시의 고난을 받고 있다. 신학자들은 이러한 고난이 말씀대로 살지 않은 ‘응보적 고난’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개혁신학회(회장:주도홍 교수)는 제37차 학술심포지엄을 ‘개혁신앙과 고난 받는 교회’를 주제로 지난 11일 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열었다. 이날 개회사에서 주도홍 교수는 “한국 교회의 고난은 주를 따르는 자로서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고난이 아니다. 한마디로 자기 욕심에 끌려 한국 교회가 고난을 자초한 것”이라며 “곧 세속적 번영신학의 추구로 교회 본연의 자세를 잃고 급기야는 쇠락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21세기 한국 교회의 고난은 자업자득과도 같다”고 밝혔다.
#고난이 사라진 한국 교회
주 교수는 오늘날 한국 교회에 대한 진단으로 “세상의 부귀영화, 명예 그리고 권세를 갖기 위해 성도를 교육했고 여기에 목회의 목적이 있는 듯 행동했다”며 “사도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배설물로 여겼던 세상의 것들을 다시 역으로 소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이 지속된 한국 교회는 예수님의 모습, 바울 사도 모습, 초대교회의 아름다움을 잃게 되어버렸다. 깊은 기도는 사라지고 축복만을 요구하는 기복신앙이 한국 교회 전반에 흐르게 된 것이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는 “한국 교회는 세속의 인본적인 풍조를 거슬리지 않고 이에 동화되어가고 있다”며 “더 이상 십자가를 짊어지려고 하지 않고, 사회가 당하는 고난에 동참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난 없는 진정한 성도가 없으며, 고난 받지 않는 진정한 교회도 없다”고 진단한 김 박사는 “진정한 교회는 이 세상의 풍조와 악한 영들에 투쟁하는 전투적 교회요, 낮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고난에 참여하려는 깨어있는 교회”라고 설명했다.
세상의 고통을 외면하는 교회는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며, 역사적으로도 개혁교회는 복음의 진리를 지키기 위한 고난과 순교의 역사를 지녀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순교자들이 배출된 것도 목회자와 성도들의 삶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십자가 고난의 끝은 부활의 영광
김성욱 교수(웨신대 역사신학)는 “세상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자 그를 꺾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고 마침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그렇듯 세상이 예수를 믿고 따르는 자들을 핍박하는 일은 당연하다”며, 복음을 따라 걷는 길에 고난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난을 통해 회개하며 영원한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 성도의 삶”이라고 덧붙였다.
참 되게 살아가는 성도들과 교회는 어떠한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복음을 증거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사역, 곧 죄에 대한 속죄와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구원의 복음을 어떤 상황에도 선포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성도들이 기억해야 할 사실은 십자가의 고난이 끝이 아니며, ‘부활’의 승리가 마침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김 교수는 “예수님께서는 부활로 승리하셨으며, 세상은 마침내 주님에 의해 굴복 당할 것이다”이라며 “삶 속에서 당하는 고난과 억울함에 대해 일반적인 사고가 아닌 성경적 사고와 개혁신학적 생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가 당면한 ‘고난’의 의미 깨달아야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한국 교회가 당면한 고난의 현 주소에 대해 설명한 김진규 교수(백석대)는 “요즈음 한국 교회의 교인 수가 날로 줄어드는 현상은 분명한 고난의 징표”라며 한국교회의 고난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을 요청했다. 고난의 원인이나 의미를 모두 알 수 없지만, 성경이 말하는 고난의 의미에 대해 분명히 알 때, 고난에 대해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에서다.
그에 따르면, 고난에 대한 성경신학적 관점은 크게 다음의 5가지로 분류된다. △응보적 고난 △훈계적 고난 △대속적 고난 △구속적 고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난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로 인해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투옥을 당하고, 고문을 당하고, 순교의 제물이 되기도 했으며, 교회나 교단이 폐쇄당하기도 했다. 이때 한국 교회가 당한 고난은 신앙으로 인한 ‘구속적 고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두드러진 고난이 ‘도덕성’에서 기인됐다고 지적했다.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세속화와 도덕적 추락이 교회가 사회로부터 불신과 멸시, 조롱을 당하는 이유라는 것.
특히 지난해 발표된 기윤실의 한국 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회봉사활동을 적극 수행하는 종교로 ‘개신교’(41.3%)가 단연 1위였지만, 3대 종교의 신뢰도 조사 결과 가톨릭교(29.2%), 불교(28.0%), 개신교(21.3%)로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한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 교회가 당면한 고통과 고난은 십계명을 어기는데서 오는 고난들”이라며, “성경의 전반적 원리는 ‘죄를 범하면 고난을 당하게 되리라’는 가르침이다. 결국 고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동안 잘못한 관행들을 철저히 회개하고 적극적으로 십계명을 가르치고 준수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영한 박사는 ‘십자가’의 신학이 한국 교회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참된 그리스도의 교회는 이 세상에서 나그네요, 순례자의 삶을 사는 교회이다. 개혁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증거하기 위해 순례자의 길을 걷고 현실의 불의와 부조리에 대해 정하다가 고난을 당하는 교회다. 여기에는 영광의 신학이 아니라 십자가의 신학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