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지리 및 문화 연수’ 등 대체 용어 사용 바람직
‘성지 순례(聖地巡禮):순례자가 종교적 의무를 지키거나 신의 가호와 은총을 구하기 위하여, 성지 또는 본산(本山) 소재지를 차례로 찾아가 참배하는 일’. 국립국어원이 규정하고 있는 ‘성지순례’에 대한 의미다.
목회자는 물론 성도들까지 흔히 사용하는 ‘성지순례’. 과연 바르게 사용되는 말일까.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가 성지 순례는 잘못된 용어로, 기독교에서는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 ‘이승구 교수의 개혁신학과 우리 사회 이야기’에 쓴 ‘성지 순례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될까요?’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잘못된 용어의 사용 금지에 대한 바람을 함께 전했다.
“‘가톨릭 대사’에 의하면 성지를 ‘하느님과 관련된 성스러운 땅 – 예컨대 하느님이 임재하였거나 다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곳, 혹은 특별히 신성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한 이 교수는, “그리스도교 시대에 들어서면서 순례는 신에 대한 흠숭의 의미뿐 아니라 회개하는 행위로, 혹은 성인에 대한 존경의 행위로, 혹은 영적인 은혜를 받기 위한 행위로, 혹은 은혜에 감사하기 위한 행위로 인식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초대 교회에서는 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활하시던 팔레스타인과 로마 순례가 성행했고, 8세기 이후부터는 신자들의 의무에 속한다는 관습이 생겨 대순례단이 조직되기도 했다”면서, “현대에는 팔레스타인과 로마 외에도 루르드, 파티마, 과달루페 등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곳에도 순례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성경에 충실하게 교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개혁신학적 입장에서 보면, 특히 십자가 구속 사건 이후에는 그리스도에 대한 바른 신앙을 지닌 성도들이 있는 곳마다 모두 다 거룩한 곳이기에 어떤 특정한 장소를 성지라고 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하나님과 함께 우리가 있는 곳마다 모두 성지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장소를 가리켜 성지라고 하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특정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성지 순례’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피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하고, “보속(補贖. 죄로 인한 나쁜 결과를 보상하는 일)과 연관시키는 천주교회적 관습과 연관하여 생각하면, 우리 개신교인들이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종교개혁의 정신을 망각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대신 이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루살렘 등 팔레스타인 지역을 방문하는 것을 지칭하는 성지 순례 대신 ‘성경 지리 및 문화 연수’나 그와 비슷한 용어들을 사용해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우리나라 개신교 안에 성지 순례 같은 잘못된 용어의 사용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승구 교수 “종교개혁 정신 망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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