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총무 중임 도전 선언, 자격 논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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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총무 중임 도전 선언, 자격 논란은?
  • 이현주, 이인창 기자
  • 승인 2014.09.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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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후보 제한 기본권 침해" VS "임기 못 채워면 자격 없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가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김영주 총무는 지난 18일 교회협 90주년 기념예배에 앞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교회의 심판을 받겠다. 도전을 할 것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출마를 공식 확인했다. 임기 논란이 터진 가운데 나온 김 총무의 ‘출마 선언’은 통상관례를 깨는 발언이어서 교회협 내부는 법리적 해석에 나서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김 총무는 “4년을 채우지 못한다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임기 4년 규정은 강제 규정이 아니라 보장 규정”이며 “4년을 채우지 못한다고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은 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상당한 지지기반을 마련한 김 총무는 변호사들을 통해 법적 자문까지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총무는 “법적 자문을 얻은 결과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교회협은 합의기구다. 인선위원회 합의와 실행위원회 추천, 총대들의 만장일치 결의라면 가능할 수 있다. 경선 후보 없이 실행위원들의 만장일치 추대를 받는다면 그처럼 영광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임기를 유동적으로 적용하는 기관들은 이러한 ‘합의’에 기반한다. 법률가들 중에도 “임기에 따라 입후보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사적단체의 경우 합의에 따라 예외를 둔다면 입후보 자격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런데 교회협에는 이 같은 논리를 위협하는 근거 규정이 있다.

교회협 헌장 제9장 제27조 관례 조항에는 “헌장에 규정한 이외의 사항은 본회의 관례, 교회의 관례와 일반 통상관례에 따른다”고 밝히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이 같은 관례 규정은 그동안의 관례 내용에 따라 후보자를 제약할 요건을 갖출 수 있다”며 “결국 해당 단체나 회원 단체의 관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모인 교회협 헌장위원회가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의를 마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상 관례에 앞서 교회협 회원교단의 법과 관례를 찾아보자는 것. 헌장위는 일주일의 말미를 두고 회원 교단들의 법 적용을 분석하기로 했다.

▲ 교회협 헌장위원회는 지난 19일 첫 모임을 가졌지만, 2시간 넘은 공방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정회했다.

# 임기 시비 후보 한 명도 없어
‘규정 이외의 사항은 본회의 관계, 교회의 관례, 일반 통상관례에 따른다’는 교회협의 헌장을 분석하면 김영주 총무의 자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일단 교회협은 그동안 임기를 채울 수 없는 총무가 후보로 나선 적이 없다. 지난 2006년 임기를 마친 백도웅 총무도 당시 연임에 도전하면 2년은 더 할 수 있지만 정해진 규정이나 관례가 없어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교회협 한 총대는 “헌장에 세부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은 규칙이나 관례에 대한 위반이 90년 역사동안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모든 후보들이 수용한 기준을 이제 와서 법을 운운하며 뒤집으려 한다면 교회협의 정체성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교회협 회원교단들의 관례는 어떻게 될까.

현재 교회협 회원교단은 총 9곳. 이 가운데 종신직인 정교회를 제외하고 임기를 논할 수 있는 교단은 8곳이다. 입후보 등록 자체가 없는 성공회와 구세군까지 포함하더라도 정교회를 제외한 8개 교단 가운데 ‘임기를 마칠 수 있는 자’라는 조항을 가진 교단은 5곳이다. 과반수가 넘는다.

# 회원교단 9곳 중 5곳 임기 강조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영주 총무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부터 교리와 장정이 ‘임기를 마칠 수 있는 자’에게만 출마 권한이 주어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감리교 헌법인 교리와 장정은 감독과 감독회장 선출 규정에 모두 “그 연령이 임기를 마칠 수 있는 이여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다. 총대 역시 마찬가지다. 감리교는 이 같은 교단 헌법 규정을 알면서도 김영주 총무의 재임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역시 총회 규칙 임원선임 조항에 ‘임원의 임기는 재임기간으로 한다. 단, 재임기간 중 정년에 해당되면 선임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도 총회 규칙에 제척사항으로 ‘해당 기관이 정한 임기 만료 이전에 헌법이 정한 교회 항존직 정년으로 은퇴하게 되는 자는 임원, 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해 놓았다. 직원 역시 ‘임기가 정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총회 인준을 요청할 수 없다’고 자격을 분명히 했다.


임원 선거가 있는 또 다른 회원교단인 기독교한국루터회도 교단 법에 ‘임기를 마칠 수 없으면 출마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목회자 정년은 만 70세로 생일에 도달하는 그 달에 은퇴를 하게 되어 있다.

임원 선거가 있는 4개 교단이 법과 규칙을 통해 ‘임기 규정’을 명확히 했다.

임명직 밖에 없는 구세군도 정년 규정이 있다. 구세군은 만 65세 생일에 도달하면 그 달 말에 퇴임을 한다.

전체 8개 회원 교단 중 확인된 교단만 5곳이 ‘임기를 마칠 수 없는’ 후보에 출마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다. 정교회를 포함해도 9교단 중 과반수가 넘는다. 즉, 회원교단의 통상관례로 김영주 총무의 출마는 불가능하다.


회원단체인 CBS기독교방송과 대한기독교서회는 어떨까. 당연히 양 기관 모두 사장 선출에 있어 ‘임기를 마칠 수 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다.

기독교서회 서진한 사장은 “정지강 사장의 경우 임기가 끝난 후에도 이사회 합의에 의해 1년 씩 정년을 연장한 바 있다. 합의 구조 안에서 정년이 지나도 임기를 연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인선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사장을 선출할 경우 정년을 채울 수 없는 사람에겐 출마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교회협, 한기총 데자뷰?
국내 최대 보수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몰락한 것은 바로 지금처럼 법과 질서를 무시한 채 대표회장 선거를 강행한 일에서 비롯됐다.

이미 두 차례나 대표회장을 연임한 바 있는 길자연 목사가 지난 2010년 재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한기총 정관 임원 선출 규정은 ‘임원의 임기는 1년으로 하며, 동일직은 1회 연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길 목사측에서는 연임과 중임은 다르다며 “연속적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이지 연임 후 중임을 막는 규정은 없다”고 반박했다. 길 목사측은 “특정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한 모략”이라고 선관위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지금 교회협의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다.

김영주 총무도 “자신의 출마를 막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협 헌장에 세부규정이 없으니 막을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공정하게 등록을 받고 합의 구조 안에서 다수결로 표결에 들어가면 그것이 합의고 합법이 아니겠냐”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한 소수의 목소리를 지지해온 교회협 안에서 ‘다수’의 결의가 곧 ‘합법’이라는 주장은 궁색하다.

길자연 목사 출마 당시 한기총 총대들은 당연히 1회 연임이라는 규정이 두 번을 뜻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길 목사는 연임을 묶어서 판단하고 다시 출마하는 것을 중임으로 보았다. 자의적인 유권해석을 들이대자 한기총은 혼란에 빠져들었고, 대표회장 선거는 사회법 소송으로 치달았다.

결국 길자연 목사는 직무정지를 당했고, 한기총은 법원이 파송한 대표회장 직무대행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일은 결국 한기총의 혼란을 불러왔다.

회원 교단들의 법적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교단 인사들은 김영주 총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임기 규정 등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있었고, 김 총무와 비슷한 반박논리를 펴나갔다.

지금 교회협은 ‘다시 광야로’ 돌아가는 대대적인 개혁을 천명했다. 교회협이 90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이 아닌 ‘조직’의 힘이었고, 내분 없이 법과 질서를 공유해왔기 때문이다. 통상 관례는 사회를 유지하는 ‘질서’다. 헌장위원회와 인선위원회가 관례를 무시하고 그간의 질서를 깬다면, 앞으로는 정년을 2년 앞둔 후보도, 1년 남긴 후보도 막을 수 없다. 한마디로 혼란의 시작이 예상된다.

“교회협이 이번 총무 인선에서 관례를 깨고 질서를 무시한다면 한기총과 같은 몰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회협은 합의 정신과 관례를 존중해온 연합기관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교회협 창립 90주년 역사를 앞두고 ‘공공성 회복’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번 총무 선거는 중요하다.

김영주 총무와 막역한 관계인 예장 통합 증경총회장 손달익 목사는 “개인적으로 김 총무는 더 없이 좋은 친구지만 한 사람의 입지를 위해 공기관 전체에 상처를 주는 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리한 출마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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