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 목사, ‘생명’을 통전적 삶의 핵심가치로 여겨
상태바
한경직 목사, ‘생명’을 통전적 삶의 핵심가치로 여겨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3.12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국개혁신학회서 한경직 목사의 ‘생명신학’ 연구발표

영혼과 육체를 이원론적으로 해석하는 서양신학 경향과 달라
통전적 신학 관점에서 연구하면 한국신학으로 발전 가능성 내포

한국장로교회의 경계를 넘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故(고) 한경직 목사(1902~2000)의 생명신학에 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그동안 선교학적, 목회학적, 설교학적, 사회봉사학적, 교육학적, 윤리학적, 교회사학적 관점 등에서 목회자였던 한경직에 관한 연구가 지속돼 왔지만 그의 신학을 중점적으로 다뤘던 연구들은 많지 않았다. 이유는 한경직 목사가 직접 쓰거나 발표한 신학논문이나 저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백충현 박사는 “한경직 목사가 추구했던 신학과 목회에서는 ‘생명’이라는 용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진: 고 한경직 목사)
이런 가운데 백충현 박사(장신대 초빙교수)가 한경직 목사의 설교전집 분석을 중심으로 한 목사의 생명신학을 연구했다. 한국개혁신학회가 지난 9일 신반포중앙교회에서 개최한 ‘제102차 정기학술발표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백 박사는 한경직 목사의 신학을 생명신학의 관점에서 정리했다.

백 박사에 따르면 한경직 목사는 자신의 설교집에서 ‘생명신학’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생명이라는 주제를 많이 다뤘다. 결과적으로 ‘생명’이라는 용어가 한경직 목사의 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경직 목사에게 ‘생명’은 어떤 의미였을까. 백 박사는 “한경직은 하나님께서 모든 생명을 지으셨고, 모든 생명이 하나님께 속하기 때문에 존귀하고 또한 신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목사는 생명을 지닌 모든 피조물 세계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생명이 더 귀하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의 생명은 모든 생명 세계의 면류관을 치지할 정도로 소중했다. 왜냐하면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고, 양심과 자유를 가지며 도덕적인 생활을 영위하며,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과 교통하며 생명의 기업을 잇기 때문이다.

특히 한 목사는 ‘육신의 생명’, ‘영원한 생명’을 인간의 생명과 하나님의 생명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또한 ‘영원한 생명’은 진리와 사랑, 빛의 생명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백 박사는 “한 목사는 ‘육신의 생명’을 죽은 생명, 병든 생명, 구속된 생명, 파리한 생명으로 나누면서 영적, 지적, 도덕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인생의 곤경들을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생명은 풍성한 생명을 누릴 수 있다”며 “한경직은 성경에서 ‘영생’이라고 말하는 것을 풍성한 생명이라고 해석하는 등 복음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면서 풍성한 생명이 인간들이 누리는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한경직 목사의 ‘생명신학’은 통합적 혹은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통전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백 박사는 “한경직이 영혼과 육신을 구별하면서도 이원론적으로 나아가지 않고 이 양자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었던 연결고리가 바로 ‘생명’이었다”며 “영혼과 육체를 분리적으로, 이원론적으로 이해하는 서양철학 및 신학의 경향들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한 목사가 강조했던 ‘생명’은 영혼과 육신을 포괄하는 상위적인 개념이었다. 영혼과 육신을 구별하면서도 이 두 가지 모두를 귀하다고 인정했던 것이다. 또한 한경직 목사의 생명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역사를 통해 누리는 하나님의 생명, 즉 현재적 측면과 미래적 측면을 함께 갖고 있는 ‘영생’이 핵심이다. 한 목사는 이와 같은 영생은 성령의 도움을 받아 현재의 삶 속에서도 누릴 수 있는 것이며,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한경직 목사의 생명신학에서 나타나는 신앙은 삶의 모든 방면들과 관계하고 있으며, 신앙과 종교는 삶의 한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삶 자체이며 삶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박사는 “이와 같이 한경직 목사의 생명신학이 갖고 있는 통전적 요소들은 장신대를 중심으로 전개 및 발전되고 있는 ‘통전적 신학’의 흐름들과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 신학의 통합을 지향하며, 기독교 신학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와 문명의 내용을 신학적으로 검토 및 평가하고, 타학문과의 대화를 중요시하는 등 △삼위일체론 △완전한 복음 △전인성의 신학 △교회와 세상을 위한 신학 △우주적 신학 △하나님 나라의 신학 등을 발전시키는 통전적 신학의 요소들이 한 목사의 생명신학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백 박사는 “앞으로 한경직의 신학과 통전적 신학과의 관계에 대해 더 상세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한경직의 생명신학을 더 세밀하게 다듬고 발전시킨다면 세계 신학계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신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