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회장 오는 27일 실행위원회서 자진 근신 등의 입장 표명 예정
비대위, “정 총회장 공개 사과는 비대위의 모든 주장 수용한 것”
예장 합동총회 정준모 총회장의 ‘5개월 근신’ 등과 관련된 합의를 이끌어냈던 이른바 정 총회장 측과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서창수 위원장, 이하 비대위) 측과의 ‘합의문’이 진실공방에 휩싸이면서 합동이 또다시 시끄러운 상황을 연출했다.
지난 19일 대전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예장 합동 제97회 총회 속회’를 진행했던 비대위는 정 총회장의 사과 및 자진 근신, 증경총회장에게 사회권 위임, 총회진상규명위원회 폐지 등과 관련된 합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합의문에 사인했던 정 총회장 대리인 측(신규식, 고광석 목사)이 비대위가 합의문을 일방적으로 변조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신규식, 고광석 목사는 지난 22일 오후 4시 총회회관 5층에서 ‘합동총회 속회와 관련된 합의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9일 비대위 모임에서 채택된 합의문은 양 측 대리인들이 서명해 작성한 원래의 합의문에서 6개 항이나 변조했다는 것.
신규식 목사와 고광석 목사는 정준모 총회장의 대리인으로서 지난 2월 17일 오후 10시 경 서울 소재 ○○교회에서 비대위 측 대리인이었던 사일환 목사와 김정호 목사와 총회 화합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양 측 대리인들은 19일 속회총회가 열리면 총회의 전반적인 질서가 흔들리고, 분열의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총회 화합을 위한 목적으로 전격적인 회담을 성사시켰다. 이들은 17일 오후 10시부터 익일 새벽 5시까지 협상을 진행하며, 합의문을 작성했다. 당시 현장에는 비대위 행정지원팀 주진만 목사와 변호사인 심요섭 장로도 입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속회총회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고, 정 총회장이 남은 임기 중 책임을 지는 마음으로 근신하면서 모든 총회 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자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합의문 작성에 있어서 정 총회장 측도 임원회를 거치지 않은 채 총회장 단독 결정에 의해 진행됐으며, 비대위 측 또한 총대들과의 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비대위원장 대리인들의 결정으로 합의한 사항이다.
양 측은 합의 과정 중 19일 오후 1시 비대위 주최로 속회총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이 합의문을 받은 이후 비대위의 해산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후 당일 2시부터 ‘총회 화합을 위한 전국대회’로 열기로 하고, 행사의 순서 담당자들까지 정하기도 했다. 이 때 정 총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노래방 출입의혹과 제97회 총회 기습파회 선언 등과 관련해 사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대위 속회총회 현장에서 양 측이 합의했던 내용이 수정 채택됐다는 것이다. 정 총회장 측 대리인들이 주장하는 합의문 변조 부분은 총 6개 항목이다. △2월 19일 행사의 명칭에서 ‘속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속회를 강행했다 △제97회 총회를 ‘불법 파회’로 규정하는 내용을 임의로 삽입했다 △총회장의 근신 기간은 3월부터 목사장로기도회(5월)까지로 했는데, 7월 31일까지로 변경했다 △총회장은 근신 기간에 총회 임원회는 참석하되, 사회권을 증경총회장에게 위임하기로 한다에서 사회권을 부총회장에게 위임한다로 고쳤다 △‘총회 화합을 위한 전국대회를 총신대 양지캠퍼스에서 한다’를 파기하고, 대적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진행했다 △‘비대위는 2월 19일자로 총회를 통해 해산한다’고 합의했는데, 비대위를 계속 존속시켰다 등이다.
정 총회장 측 대리인들은 6개 항목의 내용이 변조된만큼 비대위 측과의 합의는 파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광석 목사는 “이와 같은 심각한 합의서 변조에 대해 서명 당사자인 내가 지난 19일 모임에서 설명하려고 했지만 비대위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결국 변조된 합의문은 비대위 모임에서 발표돼 소위 속회총회에서 채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 총회장은 합의 내용대로 대전 모임 현장에서 총대들에게 큰 절을 하며 사과했고, 자진 근신의 뜻도 피력하면서 합의 내용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비대위는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신규식 목사는 “특히 합의서 마지막 부분에 ‘위 합의서가 파기될 경우에 파기한 측에 모든 책임이 있 다’로 되어 있는 만큼 비대위 측이 합의문의 변조 및 파기에 대한 모든 도덕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비대위 측은 속회총회가 예정된 날 오전에 정 총회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합의문 수정사항을 합의했기 때문에 합의문 채택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 장소에 있었던 주진만 목사는 “정 총회장은 비대위의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정 총회장이 직접 수정된 합의문을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했는데, 대리인들이 이제 와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총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기자회견은 정 총회장의 지시에 의해 마련된 것이 아니다. 정 총회장의 대리인이었던 신규식 목사와 고광석 목사는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임의로 수정된 합의문이 속회총회를 통해 채택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한다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다.
특히 신규식, 고광석 목사에 따르면 정 총회장은 현재 비대위와의 통화는 인정하지만 합의문 수정이나 변조에 대한 부분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정 총회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실행위원회에서 자진 근신 등 비대위 측과의 합의 내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비대위는 지난 23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정 총회장 측과의 합의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일환 행정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오전 9시30분 경 정 총회장과 통화를 하면서 △불법 파회 부분은 현장에서 총회장이 직접 사과하는 것으로 △근신 기간은 전국 목사장로기도회까지에서 7월 말까지로 △근신 기간 중 임원회 사회를 증경총회장에서 부총회장으로 하는 것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이다.
또한 불법 파회 언급을 합의문에 넣자는 요구에 대해 정 총회장은 “총대들 앞에서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겠다는데 다른 말 할 필요가 있느냐, 내가 총회장이 아니냐”라고 했고, “다른 조항들은 모두 총대들이 현장에서 결의하는 대로 따르도록 했다”고 분명히 말했다는 것.
비대위는 “정 총회장과 통화했던 사일환 목사의 전화는 통화중 녹음이 안되는 폰이었다. 하지만 정 총회장과의 통화는 행정부위원장이 스피커폰으로 켜놨기 때문에 서창수 위원장, 김정호 총무, 홍성현 실무단장, 이종철 부단장, 김상현 언론홍보담당 등 6명이 동시에 들었다. 비대위의 양심을 걸고 사실을 밝힌다”고 해명했다.
또한 “정 총회장의 공개 사과는 황규철 총무 관련 문제를 제외한 비대위의 그동안의 모든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만일 수정한 내용에 대해 이의가 있었다면 본인이 사과했던 그 자리에서 밝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지난 21일 총회 임원회가 속회총회에 관한 입장 표명을 보류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총회 임원회는 속회총회로부터 수임 받은 현안들을 진중한 가운데 신속하게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27일 예정돼 있는 실행위원회에서 정 총회장의 입장 표명을 지켜보고, 준비된 전략을 구사하며 향후 활동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며 “황규철 총무 문제도 전국 노회들과 총대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당사자가 지혜롭게 처신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 총회장 대리인 측, “변조했다” VS 비대위 측, “정 총회장과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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