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정기총회에서 정준모 총회장의 기습적인 ‘파회 선언’으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예장 합동 ‘제97회기 총회’ 내에서 총회장 불신임 및 총무 해임 등 ‘총회 정상화’를 향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총회 임원들도 정상화의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총회 정상화’ 목소리 확산, 임원들도 동참
현재 서울 및 중부지역 노회협의회 및 전국장로회연합회 등 교단의 각 기관들은 ‘비상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총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서창수 목사, 이하 비대위)의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지난 9일까지 비대위 활동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서명한 노회장도 105명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에는 합동 교단에 소속된 목회자와 성도들도 비대위를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구교형, 권순익, 신동식, 신형진, 남태일 목사 등 38명의 합동 목회자들은 “총회장 불신임, 총무 해임 등 총회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 활동은 교단 개혁의 첫걸음으로써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대위 활동과 함께 총회는 교단정치를 무대로 반복적으로 자행되는 돈과 권력의 남용을 바로잡고,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은 향후 총회 정치를 못하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과반수가 넘는 총회 임원들조차 정 총회장을 중심으로 한 임원회의와 행사에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총회장을 비롯해 총회 지도부가 교단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는 등 ‘사면초가’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부총회장 남상훈 장로, 서기 김형국 목사, 회록서기 김재호 목사, 부회계 최수용 장로 등 4명의 임원들은 이미 지난달 9월 25일 대구성명교회에서 열렸던 첫 번째 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 2일 정 총회장의 요구로 소집된 임원회의에는 정 총회장과 부회록서기 최우식 목사, 회계 윤선율 장로만 참여해 임원회가 처음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임원들은 별도의 장소에서 모임을 갖고, 가을 정기총회까지 임원회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결의한 후, 이와 같은 뜻을 정 총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임원회도 정 총회장과 회계 윤선율 장로만 참석함으로써 회의가 또다시 무산되는 등 정 총회장의 총회 내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다수 임원들은 정 총회장이 현 총회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독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 총회장은 이미 지난 가을 총회에서 긴급동의안 처리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임원들과 의견을 나누지 않고, 독자적으로 처리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준모 총회장, 개혁 요구 답변 회피한 ‘사과문’ 발표
이와 같이 총회 정상화를 향한 기관 및 노회 등 전국 단위의 비상모임이 잇따르고 있고, 임원들조차 자신의 행보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 총회장은 지난 10일 교단 내 목회자가 운영하는 한 신문에 ‘총회 머슴 정준모, 전국 교회에 삼가 사과말씀 올립니다’라는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 총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여론이 아닌 주님의 뜻을 찾겠다”며 “모든 외부의 관계를 차단하고, 회개와 반성, 자기 갱신과 개혁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기도의 골방에 들어가 주님의 뜻을 갈망하며 주님의 거룩한 뜻을 갈망하며 찾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 총회장이 발표한 사과문에는 총회 정상화를 위한 교단 내부의 요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단지 정 총회장은 “총회 파회 이후 전국 교회에 혼란을 일으킨 부족한 파단과 소치에 대해 깊은 사죄와 용서를 위해 주님의 자비와 긍휼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진정한 총회 세움과 진정한 교단 개혁이 무엇인지 매우 고심하면서 사람의 여론이나 뜻이 아닌 총회와 저를 향한 주님의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말씀묵상과 골방기도를 통해 주님의 거룩하신 음성을 듣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총회 임원들과 총회 산하 모든 직원들, 전국 교회와 성도들은 속상한 감정과 울분을 자제하고, 주님께로 돌아와 함께 옷이 아닌 가슴을 찢는 심정으로 총회 정체성 회복과 미래 발전, 끊임없는 개혁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가을 정기총회 이후 재개된 ‘언론 통제’
지난 가을 총회에서 ‘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언론사들의 취재를 통제해 비판을 받았던 합동총회의 ‘언론 통제’가 또다시 시작됐다. 이제는 교단지인 ‘기독신문’의 취재까지 원천 불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불거지면서 또다시 총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 총회회관에서 열린 임원회에서 황규철 총무는 교단지인 ‘기독신문’을 비롯해 교계 기자들의 출입을 거부했다. 황 총무의 지시로 기자들의 취재는 총회 직원들에 의해 철저하게 제지당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전도부 회의에 취재하러 간 기독신문은 황 총무로부터 “앞으로 모든 상비부 회의에 기자들의 출입을 차단할 것”이라며 “회의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말만 듣고, 취재를 원천 봉쇄당했다.
결국 기독신문 편집국 기자들은 지난 10일자 신문을 통해 “언론탄압을 즉각 중지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편집국 기자들은 “지금까지 총회가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때로 교단 집행부와 신문이 갈등을 빚은 적은 있었지만 총회 실무 책임자가 앞장서 교단지의 회의 출입을 봉쇄한 적은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황 총무가 저지른 취재 불허 행위와 보도자료에만 의지한 기사 작성 운운의 발언은 총회 산하 교회들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있을 수 없는 언사이며, 투명한 총회행정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전국 교회 총대들의 열망을 여지없이 꺽어버리는 폭거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자들은 지난 97회 총회에서 ‘기독신문은 취재, 보도, 편집의 편의와 자율권을 보장받는다’는 규칙 수정안을 결의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언론 탄압이 다시 시작됐다”며 “황 총무의 행동은 총회 발전을 염원하는 총회 지도부와 총대들의 선한 의지를 거스르는 처사이며, 총회결의를 이행해야 하는 총회 직원으로서 본분을 상실한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 일동은 황 총무의 행동에 대해 엄중한 사과를 촉구하며, 향후 총회 차원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어떤 물리적 위협이나 협박, 유혹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고 교단 발전을 위해 정론직필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11월 15일, ‘총회 정상화 위한 목사장로기도회’
한편, 비대위는 오는 11월 15일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전국 모든 노회 목사와 장로들과 함께 총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 기도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최근 임원 및 실행위원 연석회의를 진행한 비대위는 “현재 교단 내 기관들과 수많은 노회들이 비대위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전국의 목사와 장로들이 참여하는 ‘비상 기도회’를 통해 전국적인 개혁열기를 불태워 반드시 총회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피력했다.
비대위는 ‘총회 정상화를 위한 결의문’을 재차 발표하기도 했다. 결의문은 △헌법 제12장 7조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파회 선언은 무효이므로 총회장은 정회된 총회를 속회할 것 △속회 요구에 불응시 총회장 불신임(탄핵) △황규철 총무 해임 △총회 정상화 전까지 상비부 및 특별위원회 활동 유보 △상회비 및 세례교인 헌금 유보 등으로 구성됐다.
기관 및 전국 노회 사태해결 한 목소리 … 비대위 11월 15일 비상기도회 개최
저작권자 © 아이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