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 ⑧ 설교 (상) 설교 표절
목회자들의 박사 학위 대필문제, 학문의 우상에 빠졌다는 증거
사회 속에서 목사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 시사 전문 주간지 ‘시사저널’과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009년 7월 21일에 전국 1천여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33개의 직업 중에서 목사는 25위(53.7%)였고, 신부는 11위(74.6%), 승려는 18위(64.0%)였다.
설문조사 결과 종교인에 대한 신뢰도가 전체적으로 낮았다. 종교인들에 대한 신뢰도가 은행원(8위)이나 미용사(9위)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과거 종교인들이 사회를 염려했지만 이제는 사회가 종교인들을 염려하는 시대가 되었다고들 한다. 무엇보다 목사, 신부, 승려 중에 목사의 신뢰도가 가장 낮다.
목사의 신뢰도가 이렇게 땅에 떨어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목사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손봉호 박사가 잘 지적했듯이 도덕성의 문제가 아닐까? 특별히 한국 대형 교회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부자계승의 문제, 간음죄의 문제, 교회헌금 유용(流用)의 문제, 표절과 대필의 문제 등 주로 대형 교회 목사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모습들이 사회 속에서 크게 부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교회가 큰 만큼 동시에 사회적인 영향력도 커지기 때문에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비리들은 곧 사회 속에서 확대되어 보이게 마련이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도덕성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국 교회 모든 목회자들의 신뢰는 함께 바닥에 떨어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 언론 플레이도 대중 속에서 목회자들의 나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믿는다.
도덕성을 따지자면 누가 하나님 앞에서 도덕적으로 완전하다고 하겠는가? 모두가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도덕성을 생각할 때, 어느 누가 또한 도덕적으로 완전하다고 장담하겠는가? 요한 1서 3장 16절 말씀은 우리의 도덕성이 형제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자리까지 나아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주님이 요구하시는 도덕성은 단순히 법을 어기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져 가장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세상 가운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라고 부르셨는데,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져 하나님의 영광을 현저히 가리게 되었다.
특히 앞서 말한 네 가지 문제 중 세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마지막 문제인 ‘표절’과 ‘대필’에 대해서는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이 부분을 좀 다루고자 한다.몇 해 전 황우석 사건 이후에 한국 사회는 표절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인식하게 되었다. 장관 공천이나 국회의원 선거 후에 표절 문제가 종종 대두되어 당사자들이 창피를 당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표절이나 대필이 왜 심각한 문제인가? 이는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는 도둑질이기 때문이다. 표절의 간단한 정의는 다른 사람의 정보를 출처의 인용 없이 사용하는 행위이다.미국에서는 네단어 이상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사용하면, 반드시 따옴표를 붙여 인용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말로 바꾸어 사용한다고 해도, 반드시 출처를 밝혀줘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람의 글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넓게 보면 표절이다. 아무리 말을 자기 것으로 바꾼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사상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표절과 대필이 십계명의 제8계명을 어긴다는 사실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표절과 대필은 중대한 죄이다.작년에 어느 기독교단체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신임 회장이 설교를 하는데, 어느 유명한 설교자의 설교를 그대로 베껴 와서 읽고 있었다. 이는 명백한 설교 표절이다. 자신의 설교가 아니라 남의 설교를 인용도 없이 그대로 사용한 설교 도둑질이다. 이분만이 이렇게 설교를 베껴 와서 설교하겠는가? 아마 많은 설교자들이 이 문제에 걸릴 것이다.
어느 양심적인 분이 자신의 책에서 남의 설교를 베껴서 사용한 잘못을 고백한 것을 읽어보았다. 설교는 일반 표절과는 달리 엄격하게 다루기가 힘든 부분이 많다. 설교 중에 일일이 누구의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예화와 같이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내용은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중요한 사상이나 개념 등은 출처를 밝혀주는 것이 양심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남의 설교를 통째로 베껴서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지 못한 행위이다.
설교 표절을 미국 교회에서는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한 실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필라델피아 어느 교회의 담임목사는 유명한 설교자의 설교를 표절했다가 발각이 되어, 결국 교회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우리 한국 교회도 설교 표절의 문제는 반드시 개혁되어야할 문제이다. 남의 설교를 베껴 와서 읽는데,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겠는가? 학문적인 글을 쓸 때 표절의 문제는 더욱 엄격하다. 위에서 제시한 표절의 기준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 황우석 사태는 일반 학계에서 표절의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하물며 도덕적으로 더욱 순결해야할 목회자들이 글을 쓸 때, 남의 것을 훔쳐서 사용해서 되겠는가? 이는 남의 글을 사용하기를 두려워하라는 말이 아니다. 논문이나 학문적인 글들은 반드시 선행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남의 글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양심을 따라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라는 것이다. 구미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구미의 학자들이 표절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가를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소위 한국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들이 표절 문제에 걸려 F학점 받고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 대필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자신의 논문이나 책을 다른 사람이 대신 써주는 행위이다. 바쁜 목회자들을 위해서 부목사나 다른 사람들이 글을 대신 써주는 행위이다. 이는 표절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대필해주는 사람이 학문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면, 표절 없이 쓸 수 있기 때문에 대필자 본인이 입을 다물면 외부적으로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다.
한국 교회 담임목사들이 똑똑한 부목사들을 시켜서 박사학위 논문을 대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는 정말 표절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대필자가 입을 다물면 전혀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쓴 글과 사상은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가? 이것도 남의 것이기 때문에 분명한 도둑질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이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면, 꼭 회개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하라. 하나님은 다 알고 계신다.
자기 아래에서 일하고 있다고 부교역자들을 시켜서 대필하게 되면, 담임목사로서 존경과 신뢰를 평생 잃게 된다. 이는 나 자신의 경험이었고, 주위에 아는 분들 중에도 이런 경험으로 인해서 평생 존경과 신뢰를 잃어버린 경우도 보았다.왜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이렇게 해서라도 박사학위를 받으려고 하는가? 물론 신학교에서 가르치려면 박사학위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많은 한국 교회들이 웬만한 사이즈만 되면 박사학위를 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기를 쓰고 학위를 받으려고 한다. 이는 분명히 한국 교회가 박사학위를 하나의 우상처럼 만들어버린 것이 아닐까? 목회하는 데는 목회학 석사(M.Div.)면 충분하다. 목회자 양성을 위해서 만든 과정이 목회학 석사과정이 아닌가? 한국 교회는 학문의 우상으로부터 자유해야 한다. 그럴 때 표절과 대필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 백석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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