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문 / IVP 편집장
초중고 교육 기간을 10년으로 줄일 수 있을까? 한 방송 토론 자리에서 제기된 질문이다. 초대된 전문가 중 다수가 그것을 위험한 발상이라고 보았다. 그들은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하므로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옛날보다 더 오래 교육을 받으며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어른 대접 받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들었다. 하지만, 북유럽에서 전화를 건 한 교수는 북유럽 사회와 비교하면 한국사회가 청소년들을 너무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고, 오히려 그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정확히 같은 관점으로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는 이 책이 생각났다.
이스라엘에는 맥다윗이라는 유대인식 패스트푸드 가게가 있다. 맥다윗에 들러 식사를 하던 저자 무어 목사는 저쪽 편에서 기관총을 안고 버거를 먹는 이스라엘의 10대 군인들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는 생각한다. ‘과연 미국의 10대들에게도 총알이 든 기관총을 맡길 수 있을까?’ 그리고 묻는다. ‘무엇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10대들 사이에 이런 차이를 낳았을까?’ 그는 그 이유를, 10대들을 어른같이 대우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부여하는 이스라엘의 ‘통과의례’ 문화에서 발견한다.
이 책의 원 제목은 “통과의례를 통한 자녀양육”이다. 통과의례란 유년기와 성년기를 구분하는 경계가 되는 경험을 말한다. 산업화 이전의 농경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집안과 일터에서 성인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통과의례를 치르며 어른이 될 준비를 했다. 보통 10대가 되면 이미 성인 대접을 받으며 성인으로서의 책임도 요구받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산업 구조의 변화로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기간이 길어져서, 생물학적으로는 성인이 되지만 사회적으로는 계속 어린 아이 취급을 받는, 정체성 혼란의 ‘청소년기’가 생겨났다. 오늘 우리 사회는 이 기간이 더욱 길어서, 열 살부터 결혼 전까지 거의 20년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10대들은 영문도 모르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청소년 사역자인 저자는 오랜 사역 경험과 청소년기에 관한 최근의 학문적 연구에 근거하여 문제의 해 결책을 제시한다. 즉, 청소년들이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통과의례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감탄하며 하룻밤 사이에 다 읽어버렸다. 청소년기에 막 들어서는 내 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눈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이 책 내용을 전하고 다녔다. 이 책은 청소년기에 대한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부모들이 근본적인 수준에서 확신을 가지고 자녀를 대하도록 도와준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과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