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의 하나님은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상처받은 하나님이었다. 모든 상처받은 자들과 같이 상처받는 하나님이었다.”
‘미치광이 천재화가’로 불리는 고흐의 그림 작품들이 실은 그의 삶 속에 내재된 하나님을 그린 편지로 재해석됐다. ‘고흐의 하나님’(홍성사)은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고통에 대해 묵상하며 위로를 준다.
저자 안재경 목사(온생명교회)는 고흐의 작품 80여 점을 주제별로 16꼭지로 묶었다. 그리고 각 주제에 따른 그림과 고흐의 삶과 신앙의 궤적을 쫓아가며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한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성경책을 좋아했던 고흐, 일상의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을 가졌던 고흐, 종교의 본질을 탐구했던 고흐, 자연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던 고흐,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고흐 등 당대 그의 삶을 그림과 함께 추적할 수 있다.
“빈센트는 늘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의존한 그 사람 때문에 상처 받아 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자화상을 많이 그린 빈센트는 어느 누구보다 인간의 내면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려고 애쓴 흔적들을 작품에 남겼다. 특히 귀를 자르는 자해행위를 한 다음 그린 자화상에서 그는 담배를 피워 물고 두 눈이 초점을 잃은 듯한 모습을 처연하게 표현했다. 종교와 예술을 통해 외롭고 고독한 삶의 본질에 접근하려 했던 그는 철저히 외로운 삶을 살았다.
“아무리 부족한 모습이지만 빈센트는 고난의 사람 그리스도와 함께 길을 가고자 했다”
저자는 굴곡진 삶을 산 상처받은 누님에게 고난에 대한 편지를 쓰며 대화를 시도한다. 누님의 주인공 김기남 권사(두레교회)는 “상처 입은 우리 모두가 상처입기를 주저하지 않은 고난의 사람 그리스도와 함께 걷는 길이 가장 정직하고 복된 길”이라고 말한다.
물론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한 그에 대한 논란은 교회에 상존해 있다. 고흐의 죽음에 대해 저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또 “세상사를 자기 뜻대로 통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마저도 도무지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 것”이라며 그의 내면에 자리 잡았던 절망과 만나려 시도한다.
고흐의 그림을 신앙의 눈으로 견주어볼 때, 그는 더 이상 ‘미치광이’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고뇌의 삶을 살았던 평범한 신앙인으로 살갑게 다가온다. 저자는 고통에 섣부르게 칼을 들이대지 않는다. 상처 입은 이들의 고통을 샅샅이 헤아리며, 검붉은 피뭉치가 굳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리고 상처와 용기 있게 대면할 때,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고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