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새 관점',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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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새 관점', 무엇이 문제인가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0.04.2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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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칭의’ 교리를 교회론적 차원에서 해석 시도
▲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지난 24일 논문발표회를 통해 바울의 '새관점'을 집중 조명했다.
복음주의신학회, ‘논문발표회’에서 구속사적 관점에서 조명
‘새 관점’에 대한 우려 표명 … 한국 교회 주의 당부하기도


“바울 당대의 유대교가 획일적 율법주의가 아닌 언약적 율법주의라는 전제 아래, 바울의 서신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전통적인 바울의 칭의 해석을 수정하려는 ‘새 관점’의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지난 24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한국 교회와 구원론-새 관점에 대한 복음주의적 대응’을 주제로 ‘제55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하고 개혁신학의 ‘이신칭의’ 구원론을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새 관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구원론적 관점에서 주제발표를 한 최갑종 교수(백석대)는 “새 관점이 등장하면서 종교개혁자들과 후손들이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힘써왔던 바울의 ‘이신칭의’ 교리가 안팎으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최 교수는 “새 관점 주창자들은 이신칭의가 바울복음의 필수적인 내용에 해당하기보다도 바울의 이방선교 현장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동등성을 확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회론적, 선교론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 최갑종 교수(백석대 부총장)
하지만 최 교수는 “바울의 이신칭의 교리는 선교현장에서 유대주의자들과의 갈등에서 이방인 신자들을 보호하고, 유대주의자들을 대적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라며 “이신칭의는 율법의 행위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며, 유대인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인류에게도 해당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새 관점 주창자들의 주장처럼 바울의 이방선교가 이신칭의 교리를 낳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신칭의 교리가 바울의 이방선교를 낳았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해석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신칭의 교리가 과연 구원론적 주제인지, 아니면 교회론적 주제인지 바울의 성경 본문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바울의 교회론은 이신칭의 구원론의 적용이며, 결론임을 주장했다.
최 교수는 “로마서 1~11장을 교회론적으로 해석하는 새 관점의 시도는 성경 본문 자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바울의 이신칭의 가르침이 교회론적, 선교론적 주제라는 전제 아래 이신칭의의 구원론적 의미를 부인하는 것은 이신칭의의 본질적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만일 새 관점의 주장이 옳다면 종교개혁자들은 바울의 칭의 가르침을 잘못 해석해 후대교회에 잘못된 유산을 남긴 것이 된다. 하지만 칭의에 대한 바울 본문의 가르침은 새 관점이 아닌 종교개혁자들의 주장이 더 정당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더 성경에 충실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 교수는 “새 관점이 예수님과 바울 시대의 유대교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점, 바울의 칭의 가르침에 대한 역사적-선교적 문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점, 바울의 칭의 가르침이 갖고 있는 언약적-교회론적 특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준 점 등 몇 가지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는 있다”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교수는 “새 관점이 성경 본문 자체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못박았다.

‘샌더스의 언약적 신율주의(율법주의)에 대한 비평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한 이상원 박사(총신대)도 샌더스에 의해 주창된 언약적 신율주의는 행위구원론 체계의 의심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샌더스는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밖에도 의에 이르는 길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적어도 유대교와의 관계에서는 종교 다원주의적 입장을 취한다”며 “샌더스의 문제는 구속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샌더스는 구속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구약시대 유대인들의 구원론을 설명하는데 오류를 범하고 있다. 구속사는 아담과 하와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진행되는 장구한 역사로써 구속사의 흐름 안에서 구원의 길은 오직 믿음을 통한 길 하나만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 관점의 루터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발표한 김홍만 박사(국제신대)도 “새 관점의 가장 근본적인 신학적 오류는 칭의 교리를 개인주의를 피하기 위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공동체적 삶을 강조하기 위해 교리를 변형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미국장로교회의 경우 새 관점을 심각한 오류로 보고, 교단 차원에서 새 관점의 신학적 정체성을 논의하고, 교회가 잘못된 가르침에 물들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며 “한국 교회도 새 관점이 가지고 있는 오류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바울의 '새 관점'

1980년대 신학의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고 불리는 ‘새 관점의 바울 연구’(이후 새 관점)가 등장했다. 새 관점은 말 그대로 유대교에 대한 바울의 기존 해석을 전혀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다.

특히 ‘이신칭의’를 구속사적 관점이 아닌 교회론적 혹은 사회론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새 관점은 샌더스(E.P. Samders), 던(James D.G. Dunn), 라이트(N.T. Wright) 등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 세 사람은 특히 16세기 종교 개혁자들의 이신칭의 교리는 16세기 교회의 상황을 바울 당대의 상황으로 가져가서 바울의 가르침을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하는 새 관점의 일부 주장에 따르면 바울의 칭의는 종교개혁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어떻게 인간을 죄와 죽음과 어두움의 세력에서 구원하신다는 구원론적 주제가 아니라 이방인과 유대인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동등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 수 있는가 하는 교회론적, 에큐메니칼 주제라는 것이다.

특히 샌더스는 1977년 ‘Paul and Palestinian Judaism’이란 책을 통해 “사도 바울 시대의 유대교는 율법을 지킴으로 공로를 쌓아 구원에 이르려고 하는 ‘율법주의적 종교’(Legalism)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행적인 언약백성의 선택과 율법을 통한 언약백성의 의무를 강조하는 ‘언약적 율법주의’(Covenantal Nomism)다”라고 주장했다.

즉, 샌더스는 기존의 해석과 달리 1세기 유대교는 의와 구원의 근거를 하나님의 선택과 언약에 두는 ‘은혜의 종교’이며, 유대인에게 있어서 율법에 대한 순종은 언약백성에 들어가기 위한 것이 아닌 이미 주어진 언약백성의 신분을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언약적 율법주의’에 따라 유대교 이해에 대한 바울의 신학을 새롭게 해석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그는 “로마서의 중심주제는 종교개혁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죄인인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혹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하는 구원론이 아니라 오히려 이방인들이 어떻게 언약 백성인 이스라엘에 참여할 수 있는가라는 사회적이고 공동체적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샌더스가 유대교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주장했다면, 던(Dunn)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바울의 이신칭의 교훈과 율법 및 율법의 행위에 대해 재해석했다. 던에 따르면 바울은 유대교의 율법 자체를 비판하지 않았으며, 단지 유대인과 이방인의 동등성을 방해하는 율법의 사회적 기능을 비판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던의 주장은 사람이 율법의 행위로 의롭게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울의 말은 율법이 의와 구원의 수단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율법이 이방인과 유대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됨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샌더스의 유대교 재구성은 물론, 율법 및 율법의 행위에 대한 던의 사회학적인 해석에 같은 의견을 보인 라이트(N.T. Wright)는 현재 복음주의 진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라이트는 두 사람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구원론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하나님의 의와 믿음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다.

라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바울의 칭의 교리는 구원론적 주제가 아닌 교회론적 주제다. 즉, 칭의는 개인의 구원교리가 아닌 언약백성인지 아닌지를 말해주는 교회론적 주제라는 것이다. 결국 라이트는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구원에 이르게 하는 그리스도의 의에 대한 교리를 거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복음주의신학회는 이날 발표회를 통해 샌더스, 던, 라이트는 바울의 이신칭의 교훈을 개인적-수직적-구원론적 관점이 아닌 공동체적-수평적-교회론적 관점에서 이해하기 때문에 칭의에 따른 기존의 구원론에 대해 전적으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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