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역사신학회, 지난 3일 ‘WCC’에 대해 역사신학적 고찰
이런 가운데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회장:이은선 교수, 안양대)가 지난 3일 오전 10시 총신대 종합관에서 ‘WCC에 대한 역사신학적 고찰’을 주제로 정기학술논문 발표회를 개최하며 WCC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안타까운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번 발표회는 대한예수교장로교총회 WCC대책위원회(위원장:서기행 목사)의 후원 속에 공동으로 주최한 것으로 WCC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WCC의 선교론의 변천과 논제’를 주제로 발표한 배본철 교수(성결대)는 “복음주의자들은 WCC의 진면목을 오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복음주의자들은 WCC가 마땅히 걸어 나가야 할 길을 뚜렷이 인식하고 바른 길을 가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WCC의 행보는 원래 그 현장과 취지에 부응하지 못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배 교수는 선교론적 차원에서 WCC의 문제점을 짚어나갔다. 그는 “범세계적인 최초의 선교회의로 알려진 1910년 에든버러 대회에서 던져진 중요한 물음은 ‘어떻게 선교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에든버러 대회 이후 연합운동에 대한 강조는 단지 선교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기독교 생활 전반에 확대되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이러한 움직임을 시작으로 WCC의 선교에 대한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암스테르담 총회 이후 WCC의 선교론은 복음주의 선교관에서 지나쳐 이른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신학을 형성하게 됐다”며 “이때부터 WCC는 양적인 성장을 위한 선교사상을 거부하고, 개인의 개종과 구령만을 최고로 삼는 전도나 신조를 피하고, 개 교회 중심과 개 교파 중심의 선교사상과 운동을 지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WCC의 입장은 복음주의에서 말하는 교회의 선교적 과제 또는 선교적 책임이라는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이후 WCC는 뉴델리 대회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선교의 성격보다는 봉사적 차원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경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WCC의 방향성은 복음주의자들과는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 교수는 WCC 논쟁 해결을 위해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가 제안한 것은 ▲협의회의 본질을 분명히 천명할 것 ▲신앙고백적 충성과 에큐메니칼적 충성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할 것 ▲일치와 에큐메니칼 운동의 독립을 유지하는 것 등이다.
배 교수는 이 외에도 WCC로 인해 한국 교회 안에 용공주의적 의혹, 교단 분열, 종교다원주의 등의 손실과 의혹이 있었음을 인정할 것, NCCK는 2013년 WCC 대회가 복음주의를 향해 전향한다는 구체적인 표명을 한국 교회 앞에서 할 것 등 부산 총회 전에 구체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제언도 했다.
‘WCC와 종교다원주의’를 주제로 발표한 황대우 교수(서울신대)는 1990년 바르 선언문을 중심으로 WCC의 종교다원주의적 색채에 대해 비판했다.
황 교수는 “바르 선언문은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활동이 어떤 하나의 대륙이나 문화적 유형, 혹은 민족들의 집단들에 제한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생각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단언함으로써 종교적 상대주의를 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알려진 하나님은 얼마든지 다른 종교의 신앙을 통해서도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바르 선언문은 기독교의 배타적 구원 교리인 그리스도의 사역과 십자가 부활조차도 과감하게 보편화한다. 바르 선언문에 의하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이제 더 이상 기독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모든 기독교의 특수성과 독특성 및 고유성을 사라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황 교수는 “바르 선언문이 WCC의 공식문서이며, 그것을 수정하거나 철회하지 않는 한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면서 강력하게 지향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비록 바르 선언문이 기독교적인 용어로 해설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종교에 비해 기독교가 우월하다는 입장의 다원주의, 즉 차등 포괄주의보다는 오히려 모든 세계 종교를 동가(同價)의 것으로 보는 동등 포괄주의 입장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원에 대한 기독교의 종교적 배타성이 결코 타 종교와의 대화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 구원의 길로서 기독교의 배타성과 유일성을 포기하지 않고서 어떤 형태로든 타 종교와의 대화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WCC의 탄생과 역사’를 주제로 암스테르담 총회, 에반스톤 총회, 뉴델리 총회 등 WCC의 지난 9차 총회에 대한 역사에 대해 조명한 이은선 교수(안양대)는 “WCC가 세계 교회들의 분열상을 극복하고, 상호 교제와 가시적인 일치를 이끌어내고,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공적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WCC는 선교의 목표가 인간화 되고 있고, 타 종교와의 대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종교다원주의로 나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WCC가 인간화의 선교방식을 추구하면서 파송 선교사의 숫자도 현격하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NCC의 해외선교 분과에 속한 선교사의 숫자가 1969년에 8,279명인데 2009년에는 4,349명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간이해와 구원관에 따르는 WCC의 선교는 주로 인간사회의 현세적인 문제 해결을 통한 인간화를 추구하는데, 이러한 인간화는 구령의 열정을 약화시키고 종교로서의 기독교의 세력을 약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 ‘WCC와 복음전도’에 대해 발표한 박명수 교수(서울신대)는 WCC는 복음전도를 강조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으며, ‘WCC의 가시적 교회일치론 비판’을 주제로 발표한 문병호 교수(총신대)도 WCC는 성경의 진리를 떠나 교회의 정통적 교리를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표회 좌장으로 나선 조병하 교수(백석대)는 “한국 교회 안에서 WCC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복음주의와 개혁주의를 지향하는 교회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앞으로 목회적, 신학적으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한국 교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발표회 전 진행된 개회예배는 김문기 교수(평택대)의 사회로 김삼봉 목사(예장합동 부총회장)의 설교, 정일웅 총장(총신대)의 환영사, 김동권 목사(예장합동 증경총회장)의 축사, 서기행 목사(예장합동 증경총회장)의 인사말 등으로 진행됐다.
정일웅 총장은 “WCC의 2013년 부산 총회 개최는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 개혁신학을 추구하는 교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WCC의 실체를 객관적, 합리적, 학술적 차원에서 검토함으로써 한국 교회 안에서 올바른 신학운동이 일어나고 진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복음적이고 개혁신학적인 방향성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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