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모으기 위해 도입된 다양한 형식이 예배의 본질 훼손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하나님께 드리는’ 생명력 회복해야

‘주일 오전 10시, 찬양팀들이 강단에 올라 찬양인도를 준비한다. 리허설을 거쳐 10시 30분부터 대예배를 위한 찬양의 시간이 시작된다. 전자 악기와 드럼의 현란한 반주 속에서 성도들은 함께 찬양하며 두 팔을 들고 눈물을 흘린다. 찬양 인도자가 중간 중간 기도를 인도하며 성도들을 자극한다. 찬양과 함께 감성에 빠진 성도들은 영적 흥분의 상태에서 목사님 말씀을 듣는다.’

90년대 초 한국 교회는 열린 예배에 대한 신학적 논란이 한창이었다. 믿지 않는 자들도 누구나 편하게 교회에 올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과 함께 찬양단이 강단을 점령했고 기타와 드럼이 무대를 장악했다. 예배 전 찬양으로 성도들의 마음을 연다는 의미도 지닌 열린 예배. 20년이 지난 지금, 열린 예배는 한국 교회 안에서 보편적인 예배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열린 예배의 깊이와 경건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정창균 교수는 “한국 교회가 다양한 방식의 예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문화적응이라는 주장들을 펼쳐왔고 그 결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춤, 드라마 등 문화적 요소가 예배의 중요한 항목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일부 교회에서는 예배를 치밀하게 기획하고 그 기획에 따라 수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결국에는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닌 ‘관람하는 것’으로 만들어 놓는 변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예배 참여자인 회중을 예배의 ‘주체’로 본 오류가 하나님을 위한 예배가 아닌 회중에게 보이는 예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예배학을 연구하는 실천신학자들은 오늘의 예배 형태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한다. 오랫동안 목회 현장에 있었던 목회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영등포교회 원로 방지일 목사는 “북치고 꽹가리 치는 예배가 판을 치면서 경건을 잃어갔다”고 지적했다. 기독교 특유의 영성과 예배 때 받는 엄숙함, 예식을 통해 느끼는 경건 등이 상실됐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을 교회로 불러들이겠다고 시작한 찬양예배는 목적이 변질되어 하나님과 그 분을 향한 경건함을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 예배 형식 파괴, 교단도 골머리

지난달 23일 예장 합동에서 열린 2010 목회계획을 위한 컨설 패러다임 세미나에서 전주 서문교회 김승연 목사는 예배 속으로 파고든 세속주의와 혼합주의의 흐름을 경고했다.

점점 줄어드는 예배 횟수와 성도들의 편의에 맞추어진 예배 시간, 위성예배와 영어예배 등 본질과 상관없는 것에 점점 무게를 두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며 교회 깊숙이 편의주의가 침투해 있다고 말했다.

경건을 강조한 칼빈의 개혁주의 신앙을 바탕으로 둔 장로교단의 경우 이같은 예배의 변질은 교단적으로도 풀어야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해 12월 합동 총회장은 ‘주일성수와 주일예배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헌법 규칙에 기록된 예배의 모범과 의무를 전국 교회에 재확인시킨 이 담화문은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는 태도와 예배에 침투한 세속적 문화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담화문은 “예배시간 전부에 참여하기 위해 정한 시간에 일제히 회집하고 마지막 축복기도할 때까지 특별한 연고 없이는 출입함이 옳지 않다”는 예배의 모범과 함께 귓속말이나 곁눈질, 졸음, 웃음 등 합당치 못한 행동은 일체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배의 변질도 지적했다. 은근 슬쩍 교회 안으로 파고 든 여러 문화가 예배의 경건을 흐린다는 것이다.

합동 총회가 우려한 변질은 아주 사소한 것조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설교 중 특별찬양 후에 박수를 쳐서 그 사람을 기리는 행위에 대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자”고 박수를 하지만 성경과 예배모범에는 없는 것이며 예배의 핵심은 언제나 ‘설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예배 때 워십댄스와 현대무용, 뮤지컬, 힙합 등은 잘못된 것으로, “성경에 ‘춤추며’라는 말씀이 나와 있는 것은 구원의 감격을 몸과 영혼에 넘치는 충만한 기쁨으로 기뻐하는 외적 표현일 뿐 지난 2000년 기독교 역사에서 정통교회 예배 의식에 이러한 문화적 요소가 침투한 적은 없었다”고 단호히 지적했다.

합동이 이렇게 예배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한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교단 교회 안에 열린 예배 등 문화적 요소를 강조하는 예배들이 점차 늘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모 교회의 경우, 예배 중간에 교회 소식을 영상 뉴스로 전하는 등 처음과 끝이 경건하게 이어져야 할 예식이 성도 중심의 편의주의로 치닫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 편의주의에 빠진 예배

예배에 나타나는 편의주의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멀티미디어 예배가 도입되면서 가장 소중하고 경건하게 여겨야할 성경과 찬송도 지니지 않은 채 교회에 나오고 원거리 성도들의 편의를 위해 예배시간은 과감히 조정됐다.

기독교가 영상선교 시대를 열면서 가정에서 TV로 예배를 보는 성도들도 늘었다. 부득이하게 주일성수를 하지 못할 경우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도 차선책 중 하나라고 편들기에 나선 목회자나 교회들도 있지만 영상 예배의 편의에 빠진 성도들은 교회에 나가지 않는 대신 영상으로 예배하는 것으로도 주일성수의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믿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예배 시간의 세분화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도들, 즉 사람에게 맞춰진 것이라 할 수 있다. 5시에 시작되던 새벽예배는 5시, 6시, 7시, 8시까지 이어지고 주일 대예배 역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차례 쪼개어 진행된다. 성도들이 많아 수요를 다 채울 수 없어 예배 횟수를 늘린 교회도 있겠지만 성도들이 편한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예배를 드리도록 성도 편의에 맞추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목회자들은 성도들을 강하게 훈련시키기는커녕 성도들이 한 사람이라도 떠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그들의 요구를 모두 예배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 교회의 모습은 ‘하나님 중심’이라는 예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예배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아무리 성도들로 예배당을 가득 채운다고 해도 참 믿음이 없는 죽은 성도들만 채워 놓았다면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시지 않으실 것이다.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는 최근에 나타나는 교회들의 모습과 관련, “복음을 현실에 쉽게 접근시키려고 하는 것은 취지는 좋을지 모르나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그 이유는 “하나님 중심이어야 할 예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중심의 예배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배의 생명력은 ‘하나님’을 바르게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죽은 믿음이 아닌 살아 있는 믿음으로 하나님을 만나고자 하는 영적 감격으로 드려지는 진실한 예배가 되어야 한다. 날마다 예배하는 것이 즐겁고 기뻐야 하며 내가 조금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 살아있는 신앙인의 자세다.

전주 서문교회 김승연 목사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신앙의 선배들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기독교는 하나님께 예배하는 종교이고 예배당 중심으로 예배와 기도를 위해 모이는 신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 로마 기독교인들이 300년에 걸친 박해 속에서도 예배를 중단하지 않은 것과 영국의 청교도들이 절대 권력의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을 지켰고 예배를 드리기 위해 새 땅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 일제 강점기에 6.25 전쟁 중에도 예배를 드리기 위해 수십리길을 걸어갔던 신앙의 선조들을 기억한다면 어떻게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정창균 교수도 “예배는 하나님을 향하여 나아가서, 하나님께 드리며, 왕이신 하나님을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며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예배를 신령과 진정으로 드려야 한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철저하게 받으시는 ‘하나님’을 위하여 준비하고 헌신하는 예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예배가 바로 생명력 있는 예배다. 이제 한국 교회는 사람에게 맞춘 예배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하나님께로 돌아가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산제사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