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족식(洗足式)은 예식적 재현보다 정신적 뜻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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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족식(洗足式)은 예식적 재현보다 정신적 뜻 실천해야
  • 승인 2007.03.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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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족식(洗足式)은 예식적 재현보다 정신적 뜻 실천해야
 

한국교회가 교회력에 따라 대개 고난주간에 세족식을 갖는 교회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일반 성례식과 같이 보편화된 의식으로 고정된 것은 아니다.

세족(洗足)이 가진 정신적 가치는 높고 크지만 교회절기로서 의식론적 논리와 신학적 체계를 세우지 않으므로 개혁교회의 공식적인 예식은 아니나 교회에 따라서 간헐적(間歇的)으로 시행하는 경우, 요13:3-17을 근거로 하여 의식으로 재현(再現)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이교적인 모방이라고 본다.

성경의 교훈을 사건의 외형을 표본으로 삼아 형상화하려는 지나친 문자주의는 문자계시의 외연성(外延性) 안에 내재한 사상적 내포성(內包性)을 오히려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다. 예수님이 발을 씻기신 행적과 태도는 지위적 관계로 보아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 의인과 죄인의 관계, 스승과 제자의 관계인 종적관계에서 이루어진 일이기에 그 정신적 의미는 귀한 것이다. 고대 근동에서는 손님을 집으로 영접할 때 발을 씻어 준 일과(참고, 창18:4, 19:2, 24:32), 제사장들이 성소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로 발을 씻은 것과(출30:19,21, 40:31) 초대교회에서 주님의 세족을 기념하고 겸손의 표시로 성도들의 발을 씻기는 일이(딤전5:10) 구교적 의식문화로 받아 들여 성목요일에 세족식을 행했다.

이 예식은 주후 694년 돌레도 제17차 교회 회의에서 인준되어 대성당과 수도원 교회에서 주로 행한 의식이던 것을 교황 파우스 12세의 서품전례서에 이 의식을 삽입하여 시행한 후 모든 교회들에게 지키도록 권장하였다. 그후 서방교회가 성목요일 밤에 행하던 것을 지금은 아무 날에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1517년 종교(기독교)개혁 당시의 이 세족례(洗足禮)는 본질적인 중심사상을 중시하여 예수님의 교훈은 지켜 실천하지만 형식과 의식으로서는 개혁교회에서는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근본 목적은 온 인류에게 그의 완전하신 사랑과 고결하신 인격에 근거하여 겸손한 봉사와 낮아지심의 본을 보이고자 하였으며 인류구속의 중보자로서의 본성인 사랑과 겸손과 섬김과 인내를 나타내 보이실 뿐만 아니라 불결한 발을 씻기심으로 영적 정결의 높으신 기독교적 이상을 실현코자 하였고 역사적 교회의 질서와 신성적 가치를 그의 사역의 현장에 구현하고 남기시고자 하셨던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교회는 이러한 세족(洗足)의 사상적 실체를 이해함과 동시에 본질적 의미를 삶으로 발현(發顯)할 본분이 있게 된 것이다. “너희도 행하라”는 것은 이런 정신을 좇아 본을 삼으라(요 13:15)는 것인 만큼 발을 씻는 정신으로 구원의 도리를 실천하여 죄를 씻는 일과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 동참하고 생명운동에 세족의 정신을 삶의 정신자원으로 응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세족의 본질과 상관없는 의식을 도모할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구현코자 한 개혁정신을 존중하여 형식과 외형주의를 버리고 내적 충만과 그 실천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김석한교수/천안대신대원 실천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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