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념’ 감사 예물은 ‘결혼일’ 감사 예물로 해야
교회 교우들 중에 자신의 결혼한 날을 기념하여 하나님께 감사 예물을 봉헌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여기에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 대개 결혼일을 1년 주기(週期)로 그 햇수를 거듭해 오면서 그날을 추억하고 결혼 생활의 과정을 회상하며 그간에 결혼으로 주어진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고 감사의 뜻을 담은 예물 봉헌이나 강단 장식용 꽃꽂이 또는 관상용 화분을 바치기도 한다. 그리고 헌금함에 예물의 건명(件名)을 적어 투함(投函)하여 봉헌 시간에 이를 밝혀 광고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봉헌자 자신의 ‘결혼 기념’을 감사의 이유로 삼게된 점이 적절한 봉헌의 동기가 되며 합당한 예배 행위라 할 수 있는가? 신앙생활 가운데 감사의 조건은 범사(凡事)이다.
그러나 한 개인의 삶의 특정한 내용을 하나님 앞에서 ‘기념’을 삼겠다는 일은 냉정히 보면 송구스러운 일인 것이다. 우리의 예배와 감사의 근거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위대하신 십자가의 중보사역으로 구원받은 사건이다. 따라서 이것을 ‘기념’하고 찬양할 하나님 앞에서 예배자 자신의 신상적인 특정 사실을 ‘기념’하여 그것을 감사의 이유로 삼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대속적 고난의 사건과 그의 구원의 은혜언약, 그리고 부활을 전적으로 기념하고 예배에서 그 재현(再現)을 체험할 당사자가 자신의 기념적인 사실을 주님께 내어놓는 일은 주님의 위대하고 기념할 공적 앞에 부적절한 것이다.
성경에서 기념물과 기념의 예를 보면 대개 제의적 행위와 관련이 있고(레 2:2, 16, 5:15, 24:7), 또한 모든 기념은 하나님을 향하는 종교적인 일과 하나님 편에 속한 일에 관한 행위로 나타나 있다(시 145:7, 출 12:14, 13:3, 28:29, 눅 22:19, 고전 11:25, 마 26:13). 그렇다면 인간의 공적 개념이 암시되고 자기 찬하(讚賀)적인 동기와 다행 감정을 묵시적으로 담아 표현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간접적인 자축의 뜻이 깃든 ‘결혼기념’을 표상으로 삼아 공지성(公知性) 실명으로 물질을 봉헌하는 태도는 성숙한 신앙 행위로 보기 어렵다. 물론 감사의 봉헌 행위 자체가 무가치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다른 대안이 있기 때문에 예배 정신에 불합당한 말을 교정하자는 뜻이다.
그 ‘결혼 기념’이라는 말의 대안으로는 ‘결혼일 감사’로 한다면 자신의 일을 두고 주님의 기념비적인 공로 앞에서 ‘기념’이라는 송구한 표현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결혼 감사’라고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 있으나 이는 과거적 시제(時制) 개념이 없어 대안으로 미흡하다. 우리가 ‘생일 감사’라는 말을 시제에 구애됨이 없이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예와 같이 ‘결혼일 감사’ 예물로 고쳐 표현하면 우리의 작은 충성과 예배 정신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관행과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고쳐 쓰면 좋을 말을 고집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