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작정이 아니었는데….”
우리는 흔히 인생의 여러 국면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는 수가 있다. 특히 입학이나 취직 등 새로운 환경에 접할 때면 스트레스를 받다가 그럭저럭 일단락 되었을 때 한숨섞인 이런 말이 새어 나올 때가 많다. 전도양양한 젊은이들의 경우, “왜 이런걸까, 뭐가 문제일까”고민하면서 현실을 뚫고나가려 몸부림친다. 그러다 보면 몸과 마음의 부조화가 나타나게 된다.
최근 젊은 이들 사이에 과민성 장 증후군이라는 스트레스에 의한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이라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이런 병이다. 아침에 옷을 차려 입고 출근을 하려면 갑자기 변이 보고 싶어진다. 시계를 보아 가면서 화장실에 뛰어 들어가 아랫배를 쓰다듬는다. 아주 조금, 설사증상이 있는 변이 나올뿐이다. 달음박질을 쳐서 가까워지면 또 다시 항문주변이 근질근질해진다. 식은 땀을 흘리면서 변을 참아 보다가 도저히 견디지 못해 도중에서 전철을 내려 역의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회사는 지각, 그런 일들이 거듭되면 전철을 타는 것이 두려워지고 회사가기도 싫어지고 만다.
이 병은 장의 세포 그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장의 운동을 관장하고 있는 자율 신경계의 조화가 무너지고 장관이 운동이상을 일으키기 대문에 설사나 변비를 되풀이 하게 되는 것이다.
장의 움직임과 마음의 움직임은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여행을 떠나면 꼭 변비증상이 나타난다거나 부모에게 야단을 맞은 아이가 설사를 한다거나 자기 집의 화장실이 아니면 변이 나오지 않는 것은 모두 심리적인 현상 때문이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이런 것들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언해피 콜론(불행한 장)’, ‘이리터블 콜론(불안정한 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으로도 이 병이 어떤 병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장의 노이로제인 셈이다.
이 병에 걸리면 설사를 많이 하지만 체중은 줄어들지 않는다. 또 사망하는 경우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병이라고도 할 수 이있지만 완전히 낫게 하기는 어렵다. 결국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문제가 된다.
자기는 다른 사람들보다 다소 설사를 잘 하는 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끈기있게 이 병에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초조해하면 할수록 장은 점점 더 혼란을 일으키고 만다.
노성갑의원 원장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