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시력이 나빠서 안과에 진료를 받은 후 약시가 있다는 말을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약시의 의미를 정확히 알 고 있는 경우는 드물고 약시의 심각성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는 약시입니다. 약시가 있기 때문에 시력이 나쁜 것입니다.” 라고 말하면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쓰면 되지 않나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안경을 써도 시력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심지어는 의사의 실력을 의심하며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약시라는 말은 영어로 amblyopia라고 하는데 이 말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말로 ‘둔한 시력’이라는 의미이다.
즉 약시란 안구에 기질적인 이상 없이 발생하는 한눈 또는 양눈의 시력저하를 말하고 사시, 부등시, 심한 굴절이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고 백내장이나 안검하수가 있어서 시력발달에 필요한 적절한 시자극이 어린 시기에 차단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즉, 안구의 구조는 모두 정상이지만 위에서 말한 원인들에 의해서 눈의 기능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를 약시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에는 시력이 미숙한 상태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태어나서 첫 몇 년간 눈의 구조는 성인과 같은 구조로 발달하며 신경체계도 같이 발달하여 성인의 정상시력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 때 필수적인 것은 눈 안에 깨끗한 상이 맺히는 것이다. 이 때에 위와 같은 원인들이 있어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없는 경우에 그 눈은 발달이 늦어져 보기에는 정상의 눈이지만 시력이 안나오는 그야말로 둔한 시력이 되는 것이다. 안경을 써도 시력이 안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치료는 먼저 원인의 제거이다. 원시가 심하면 안경을 씌워주고 백내장이 있으면 수술을 해준다. 그러나 이것이 치료의 전부는 아니다. 그 눈을 사용하지 않아서 생긴 병이기 때문에 원인을 제거해준 후에는 그 눈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즉 좋은 눈을 가리고 못보게 한 상태에서 나쁜 눈을 계속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림치료이다. 가리는 시간과 기간은 아이의 나이와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이 두가지가 약시 치료의 기본이다. 또한가지 중요한 것은 모든 나이에서 약시의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의사에 따라 그 견해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10세 이후에는 치료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의 정상적인 시력 발달을 위해서 어릴 때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한 것이다.
김소영 / 서울대병원 안과 전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