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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진지하게 반성, 바른 가치관 확립에
새 천년 한 해를 마감하면서 우리가 갖는 심정은 한마디로 착잡하고 무겁기만 하다. 국내외 정세로 볼 때 그 어느때 보다도 격변의 한 해였다는 점에서 그렇고, 특히 심각한 경제난과 도덕적 해이 등 사회정황으로 볼 때 미래는 그다지 밝다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 등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와 ‘총체적 위기’로 진단되고 있는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교회는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깊이 반성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한 해를 뒤돌아 보건대 한국 교회는 한국기독교연합준비위원회의 가동과 함께 연합운동의 새틀짜기에 노력을 기울였고 장로교단들이 자리를 함께 한 장로교대회, 세계선교에 새롭게 불을 지핀 세계선교대회 등 나름대로 일치와 선교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열 극복과 ‘대 사회적 사명’ 수행에는 다소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떨쳐 버리기 어렵다. 특히 실종된 도덕·윤리를 회복하고 건전한 사회 기풍을 진작시키는데 교회가 과연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가 하는 물음에는 부끄러운 마음을 갖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가 건전 가치관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함으로써 새해에 대비코자 한다.
아는바대로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힘은 ‘정신적인 힘’, 즉 박애주의와 사회정의를 표방하는 점, 도덕·윤리의 제고, 건전한 가치관의 확립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독교 정신이 그나마 오늘날 우리 사회에 바른 가치관을 불어넣어 주고 실의에 찬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준 요인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사명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하게 요망되는 이때 교회가 과연 사회로부터 신뢰회복에 어느 정도 접근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지난 한 해 교회 안팎으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목회승계, 불투명한 교회운영을 비롯 언론에 오르내린 그릇된 신앙행태들이 그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교회 이미지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가 자체유지와 자파 교세 확장에 급급해 이기주의와 분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신앙생활이 급변하는 사회발전에 편승해 편의주의로 흘러가고, 세석화되고 있다는 점도 모두가 성찰할 문제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우리는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우선 건강한 교회를 만드는 일에 치중해야 한다고 본다. 교회가 먼저 건강해야 우리 사회의 질병도 교회가 앞장서 치유해 나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와 개개인의 신앙 속에 퍼져있는 소위 ‘마인드 바이러스’를 발견하여 퇴치하는 일이다.
이 말은 육신에만 바이러스가 질병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도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오염된 신앙과 철학이 우리 마음에 독소가 되는 악성 ‘마인드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릇된 신앙관이나 신학사상이 사람들에게 전파된다면 이것은 신자들의 신앙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게 될 것이다.
이미 한국 교회에는 그릇된 신앙들이 세균처럼 침투하고 있다. 영적 음란성, 배금주의, 극단적 신비주의, 세속화를 비롯해 종교를 윤리화해서 휴머니즘화 하려는 분위기 등이 그것이다.
새해를 맞기 전에 한국 교회는 무사안일주의와 구태의연한 ‘답습’을 떨쳐버리고 교회가 서야 할 자리에 굳건히 서고자하는 다짐이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