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사랑으로 타인의 말 경청하는 성숙한 태도 촉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갑작스레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12월 12일엔 계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다. 이후 헌법재판소 심리가 진행돼 판결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탄핵 판결을 앞두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맹렬히 대립하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법치국가에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크리스천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겸허히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 대부분이 소속된 연합기관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김종혁 목사, 한교총)은 지난달 23일 3.1운동 제106주년 기념 성명서에서 “한교총은 극단적 보수와 진보 모두 지지하지 않으며 헌법재판소가 법리에 따라 숙고하여 무엇을 결정하든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한교총은 “보수와 진보 그 어느 쪽에 속하더라도 함께 살아야 할 하나의 대한민국이다. 서로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것으로는 평화로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교회는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되 권한을 가진 이들이 나라와 국민의 유익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리도록 기도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개신교를 비롯한 국내 7대 종단 대표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역시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적 위기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헌재는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로서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 믿는다”며 “우리 국민, 정부, 정치권 모두는 그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 오직 그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무너진 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일각에서 이를 부정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경계했다.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목사는 “성경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했다. 극단으로 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듯 어떤 결정이 나든 법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교계에서도 탄핵 찬반을 놓고 생각이 갈리고 있지만 헌재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독교학술원 김영한 원장은 월례학술포럼 개회사에서 “혼란의 시대일수록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정치적 난국에서 여야가 대립하고 있을 때 삼권 분립의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여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심리, 판결하고 여야는 이에 승복해야 한다. 이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발표한 ‘극우화를 경계하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 일동’ 역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조용히 기다리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 후에 있을지 모르는 정치 사회적 갈등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시키는 일을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