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핵심 정신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강의를 맡았다. 불교, 유교, 이슬람교 전공자들이 이들 종교의 핵심을 알리는 데 이어, 나도 우리 기독교를 소개하고 싶은 욕심에 얼른 수락했다. 평신도로서의 60년 체험과 신학교에서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독교를 어떻게 자랑할까 고심하며 90분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기독교의 핵심들은 무엇인가?
첫째, ‘희생’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에피그라프(題詞 : 문학작품의 서두에 위치한 짧은 경구나 시구)를 보면,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두 번째 부인)에게 바친다”라는 헌사 다음에, 성경 구절 하나가 적혀 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바로 이 말씀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직접 넣은 구절로서, 이 소설의 주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는 구절이다. 희생이야말로 인간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미덕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 작품의 전문가인 로쟈 이현우 박사에 따르면, 모스크바에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묘비명에도 이 말씀이 적혀 있다니, 도스토옙스키는 성경 가운데에서 예수의 이 말씀을 가장 좋아해 소설로 형상화했다고 여겨진다. 두 번째 부인 안나 도스토옙스키의 희생적인 사랑에 감격해, 이 성경 말씀이 진리라고 확신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말할 것도 없이, 위 말씀은 그리스도인 예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행한 마지막 공적인 설교의 한 대목이다. 예수가 자신의 죽음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생을 가져다 줄 것을 예고하며, 자기 희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씀으로서, 주님을 위해 바칠 때 진정한 생명을 얻는다는 메시지다. 사랑은 희생이며, 희생만이 해답임을 일깨운 예수는 실제로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 그 사랑을 실천, 입증했으며, 그 결과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해 오늘까지 인류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하겠다.
둘째, ‘평등’도 기독교 핵심 정신의 하나다. 중세기독교(로마가톨릭)의 오류를 들어, 기독교는 차등론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교황-신부-평신도의 위계 질서, 흑인을 노예로 부린 일. 여성 차별, 인종 차별 등이 그 증거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결코 차등을 조장하는 종교가 아니다. 차등론이었다면 세계종교 또는 보편종교가 되지 못했을 것이며, 유대교처럼 민족종교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기독교의 가르침을 일명 ‘복음(福音)’이라고 부르며 전도하고 수용해 온 이유는 평등론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는 게 맞다.
기독교의 평등론은 총체적인 평등론이다. 만물(萬物)평등, 만생(萬生)평등, 만인(萬人)평등! 그 성경적인 증거는 차고 넘친다. (1)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이 모두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창조주 외의 어떤 사물, 동식물, 인간도 신격화할 수 없다(만물대등). (2) 7년마다 땅과 식물도 쉬게 해야 한다(만생대등). (3) 예수님은 사회적 약자들인 어린이, 여성, 이방인, 부정한 병자들을 환대하셨다. 세족식은 그 극치다(만인대등).
조선 후기에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특히 다수 하층민의 환영을 받았던 것도 이 평등론 때문이다. 유네스코에서 오래 근무한 어떤 분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왜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지 그 근거는?” 이 질문에 대해, 성경이 아니고서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고 한다.
셋째, ‘부활 신앙’도 핵심이다. 예수의 부활이 아니고서는, 겁쟁이 제자들의 극적인 변화, 교회의 형성 등을 설명할 길이 없다. 이 부활 신앙으로 순교도 불사했고, 세상을 상대화할 수 있으며, 고난도 감당한다.
이 세 가지 외에도 기독교만의 특징들을 추가해 소개하려 한다. 전도하기 어려운 이때, 유익한 강의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