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내 차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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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내 차례죠?"
  • 이찬용 목사(부천성만교회 담임)
  • 승인 2024.12.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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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유병열 권사님이 86세의 나이에 주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3부 주일예배가 끝나고 장로님들과 인사하러 나가는데, 안나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진명자 전도사님이 제게 “목사님 오늘 유병열 권사님이 돌아가셨다”며 가족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하셨습니다.

몇 년 전 유병열 권사님이 자그마한 통에 김치를 담아 주셨습니다. 사실 김치야 우리 교회 김장김치만 한 게 없다고 늘 생각하던 제게 유병열 권사님이 건네주신 김치는 한쪽 구석에 두어야 하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이기도 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권사님이 직접 하셨다며 주신 김치를 먹게 됐는데요. 그 김치 맛이 어땠냐구요? 우와~~ 진짜로 깜짝 놀랐다니까요.

그냥 평범한 시골 할머니 솜씨가 아니라 명품 김치였습니다. 그 후 두어 번 더 김치를 갖다주셨는데요. 아내가 “권사님에게 김치 맛있다고 하면 자꾸 더 주시려고 애쓰시니 그만하시라”해서 더 이상 그 김치와는 안녕해야 했습니다.

3주 전 우리 교회에서 김장 1,200포기를 했습니다.

생전 유병열 권사님에게 김치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팔십이 넘은 안나구역 성도들에게도 그 김장김치를 전달했는데요. 진명자 전도사님이 유병열 권사님 댁에도 김치를 직접 전달하시며 “권사님~ 넘어져서 다치면 큰일이니 겨울철엔 조심히 다니세요” 부탁까지 하셨다네요.

우리 교회 김장을 포스팅한 네이버 카페에도 유병열 권사님이 김치 받으시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는데, 주일날 갑작스런 소식을 듣게 된 겁니다.

진명자 전도사님은 주일예배 후 평소 유병열 권사님과 친하게 지내셨던 올해 85세 신정희 권사님에게 소천 소식을 알려 드렸답니다. 

“신정희 권사님, 오늘 유병열 권사님이 돌아가셨어요!”
“그래요…”
“주무시다가 돌아가셨어요. 자녀들이 괜찮으신가 보러 왔다가 어머니를 발견한 모양이에요.”
“그렇군요~ 그럼 다음은 내 차례죠. 내 차례네요….”

신정희 권사님은 유병열 권사님의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닌 듯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젊은 청년에게 목사는 ‘후에 나를 주례해 주실 분’이고, 나이 드신 노인에게 목사는 ‘후에 나의 장례를 치러 주실 분’이라죠.

개척해서 31년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팔팔했던 분들이 세월과 함께 주름진 모습도 보이고, 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는데 한 분씩 주님의 부름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늙기까지 교회와 함께하는 분들은 참! 복되다~!’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건, 교회라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주는 힘을 함께 나누기 때문 아닐까요? 유병열 권사님의 부름이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시간입니다.

이찬용 목사(부천성만교회 담임)
이찬용 목사(부천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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