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상무대교회를 섬기게 됐다. 이 기간 성가대와 찬양단, 지도교사로 봉사했다. 이곳은 소위로 임관해 전후방 각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게 될 장교들이 교육을 받는 곳이었는데 유격장 전도집회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QT 나눔을 진행했다. 경쟁이 치열한 바쁜 시간 속에서도 매일 점심 묵상을 위해 찾아오던 형제, 자매들의 모습이 선명하다. 지금쯤 그때의 저와 같은 마음으로 신우 형제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역할을 잘 하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당시 우리 가정에는 10살, 8살 두 아들이 있었다. 공부도 신앙생활도 잘해서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아들이었다. 부모를 따라 유격장 전도집회에 가서 어린 손으로 찬양 가사 자막을 넘기기도 했고 집회가 끝나면 형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며 “예수님 믿으세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이었다. 큰 아이의 꿈은 군종 목사, 작은 아이는 군인이 되고 싶어 했다. 이웃들이 부러워하는 행복한 가정이었다.
그해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교회에서 진행하는 성가대 일일 수련회를 위해 서해안 바닷가로 향했다. 그때 아이들은 밀물이 들어오는 줄 모르고 놀다가 그만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두 아들은 하나님 곁으로 갔다. 한 날 한꺼번에 사랑하는 두 아들을 잃은 우리 부부는 살아야 할 소망이 사라졌다. 아내는 밤만 되면 ‘하나님 내일 아침에 이 땅에서 눈을 뜨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할 정도였다. 참 많은 시간을 기도와 눈물로 보냈다.
나와 아내가 이런 절망의 벼랑 끝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사랑의 음성을 들려주셨다.
“많이 힘들지. 많이 아프지. 내가 다 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야. 네가 사랑하는 두 아들은 나와 함께 있단다. 자 보아라.” 양손으로 두 아들을 품에 안으신 주님의 모습을 보여주셨고 인자하신 목소리로 “내가 두 아들을 사랑할 뿐 아니라 너희도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부부에게 정말 큰 위로와 소망이 되는 말씀이었다. 어둠 속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빛과 같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