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끄트머리에 두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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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끄트머리에 두신 인생
  • 김응열 목사
  • 승인 2024.10.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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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목사 / 군포평안교회 담임
김응열 목사
김응열 목사

로마의 풍습에서 개선장군(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군)은 모든 전리품과 포로들을 거느리고 행진을 하면서 전쟁의 승리와 공적을 많은 사람 앞에 자랑했다고 한다. 

그 개선 행진의 끄트머리에는 사로잡힌 포로들이 따르게 되어 있었고 개선식 후에 그 포로들은 로마의 원형경기장에 끌려가 맹수들과 싸우다 죽게 된다. 

필자는 고린도전서 4장을 읽다가 9절에서 한참 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내가 생각하건데 하나님이 사도인 우리를 죽이기로 작정 된 자 같이 끄트머리에 두셨으매...” 고린도교회 성도들이 마치 개선장군과 같이 교만한 자세로 자기 자랑에 도취된 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 사도 바울은 스스로를 낮추어 오직 복음을 전하며, 예수님을 나타내는 삶으로 사람들을 섬기고, 포로로 끌려와 죽는 사람들과 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기쁘시게 하기 위하여 육신의 생명을 다해 영적 싸움을 한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이 끄트머리에 두신 인생, 이는 세상에서 마치 만물의 찌꺼기같이 여김을 받는 삶이지만 예수님의 참 제자의 길이 아닌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예수님의 사랑을 나타내기 위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영적 참된 본을 보이기 위하여 철저히 자신을 낮추는 생애를 살아야만 하는 것이 바로 참된 제자의 모습이며, 하나님이 끄트머리에 두신 인생이라 생각한다.

목회자로 살면서 끄트머리에 놓이는 경험, 뭇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경험들을 할 때가 있다.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 그런 경우도 있지만, 타인의 잘못일 때도 있다. 하나님의 자녀인 성도가 왜 이런 상황에 놓이는지 머리를 조아리며 깊이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성도의 인생의 모든 일들에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시험’ 이라든지 ‘사탄으로부터 오는 미혹’이라고 확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별하여 겪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성도는 그 삶의 전부가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혜 아래와 보살핌 아래 있다는 믿음으로 산다. 그러나 신앙생활을 하며 경험하는 일들이 ‘하나님이 나의 믿음을 굳게 하시기 위한 것’, ‘하나님이 신앙 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것’이라는 확실한 제목이 붙여지지 않는 한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영적인 문제로 씨름을 하며, 기도하게 될 것이다.

목회자와 성도는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이신 예수님을 증거 하다가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끄트머리가 되고, 구경거리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도 바울은 복음을 위하여 고난 당하는 목회자의 삶, 모든 것이 명백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 하기 위한 떳떳하고 명분 있는 고난이라고 고백한다. 

사도 바울이 명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고난의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영적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낮아지는 삶을 살았던 것처럼, 21세기 현대를 사는 목회자로서 끄트머리에 두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깨닫고 이러한 사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필자 자신이 목회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진다.

성도와 목회자로 살아가면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받는 고난 때문에 몸부림 칠 때가 있지만 주님을 위해 끄트머리에 놓인 삶을 사는 것은 오히려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며, 영적인 큰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구경거리, 만물의 찌꺼기로 여김을 받게 되어도 변함없이 여전히 말씀을 선포하는 목회자로 주님께 영광만 돌릴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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