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형교회 후임자의 씁쓸한 퇴장
상태바
[기자수첩]대형교회 후임자의 씁쓸한 퇴장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4.07.24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담임목회자의 조기은퇴로 한국교회의 조명을 받았던 한 대형교회가 3대 담임목사의 석연치 않은 사퇴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주일에 갑작스럽게 발표된 3대 목사의 사임을 두고 지구촌교회는 혼란에 빠졌다.

정확히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성도들이 혼란에 빠졌다. 인터넷 댓글창에는 3대 목사를 두둔하는 여론과 비난하는 여론이 공존했다. 누군가는 사임의 이유를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었고, 누군가는 그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난 21일에는 ‘사임 안건’을 다루는 긴급 사무총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는 분당과 수지채플 성도 상당수가 참석했다. 총회 현장에서는 ‘고성’도 들려왔다. 사무총회 결과는 최성은 목사의 사임을 수용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런데 사무총회 결과가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서는 또다시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다. 사임을 정당화하는 쪽에서는 3대 목사에게서 여러 문제가 발견됐고, 본인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사임을 연락해왔다고 설명한다.

사임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느냐”며 여태 왜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서야 “털어대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무조건 해외파목회자들을 청빙하는 관행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후임자들을 잘 이끌어야 할 원로 목회자에 대한 서운함도 토로된다. 당분간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구촌교회는 28일에 ‘교회건축’에 관한 안건을 또 다룬다. 200억으로 계획됐던 주차장과 다음세대 공간 건축이 3대 담임이 오고 나서 600억 규모의 교회 건축으로 확대된 것을 두고 이 계획을 지속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다루기로 한 것이다. 벌써 인터넷에서는 “건축을 안 할거면 헌금을 돌려달라”는 원성이 높다.

사임의 원인을 떠나서 후임자 2명이 연속적으로 교회를 떠나면서 오는 피로감과 불만이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취재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사임하고 떠나는 목회자나, 사임을 찬성하는 성도나, 사임을 반대하는 성도나 모두 판단의 기준을 ‘세상’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 앞에 기도하거나 소통하는 노력 없이, 어른의 권면도 아랫사람의 회개나 사죄도 없이, 가장 손쉬운 세상의 방법을 택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안타까울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