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한 ‘이동환 목사의 출교 처분’ 효력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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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복한 ‘이동환 목사의 출교 처분’ 효력 정지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7.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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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경기연회의 ‘판결 무효확인 소송 판결’까지 자격 회복

재판부 “출교의 징계수위…사회 통념상 타탕성 잃어”
연회 “사회법이 교회법 흔들 수 없어, 즉각 항소할 것”


동성애 이슈로 감리회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성소수자 축복식을 거행했다는 이유로 감리회에서 출교당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의 출교 처분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이철) 총회재판위원회는 지난 3월 2019 부평에서 열린 퀴어축제에서 축복식을 거행한 이동환 목사에 대해 ‘출교’ 처분을 내렸다. 이후 이동환 목사 측이 징계처분의 취소를 요구한 ‘징계무효 확인소송’을 법원이 받아들면서 판결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지난 18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 11부(재판장:송중호)는 이 목사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연회재판위원회 판결 무효확인 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이동환 목사가 받은 출교 판결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동환 목사의 출교 효력은 경기연회의 출교 무효확인 소송이 끝나는 시점까지 정지됐다.

즉 이동환 목사가 감리회 신자로서 자격을 회복하고 다시 목회자로 복직이 된 것이다. 이는 사회적 규범을 벗어난 판결의 경우 교회법이라도 사회법에서 제동을 걸 수 있음을 확인한 판결로 향후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경기연회의 출교 판결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인정된다. 이뿐 아니라 출교라는 징계의 수위도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고, 사회 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징계 재량권의 일탈 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실체적 하자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징계의 핵심 조항으로 감리회 헌법인 교리와장정 제3조 8항의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라는 규정이 있다고 해도 ‘목사 출교’라는 징계의 수위는 사회적 상식의 규범에서 벗어난 과도한 처벌이라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다”면서 “동성애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경기연회 이길복 총무는 “판결문을 확인한 후 연회 차원에서 즉각 항고에 나설 예정”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번 이동환 목사의 출교처분 정지 판결은 감리회 내부 동성애 이슈의 대응에 있어서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감리회 동성애대책위원회(위원장:김찬호 감독)는 지난 6월 열린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동성애 축복식을 진행한 감리회 소속 목회자 6명을 고발하고, 이동환 목사 지지 서명에 동참한 137명을 자격심사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동환 목사가 교단에서 출교 처분을 만큼 비슷한 수위의 징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교단법의 처벌 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

판결 직후 성소수자환대목회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향후 이어질 재판에도 성실하고 담대하게 임할 것”이라며, “우리의 싸움은 단지 ‘이동환’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며, 또 다른 ‘출교자’를 만들어 자신들만의 방파제를 견고하게 세우려는 이들과의 의로운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감리회 내부의 동성애 반대 인사들은 이번 판결이 교회 내 규율과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감리회 동대위 김찬호 위원장은 “교회 판결을 사회재판에서도 존중히 여겨야 하는데, 이번 인용판결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경기연회에서 변호사도 없이 가처분 재판을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문제였다. 향후 진행될 가처분 항소와 본안 재판에 잘 대응하도록 경기연회에 권면한 상태”라고 전했다.

동대위가 고발한 목회자 6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차별을넘어서는감리회모임(차별너머)은 동성애 지지 목회자 징계의 핵심 조항이 된 ‘교리와장정 제3조 8항’의 폐지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박경양 목사는 “목회자는 살인자와 강도, 심지어 강간한 사람한테도 축복기도를 한다. 왜 감리회에선 동성애자들에게만 축복기도를 해서 안 된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항 폐지를 위한 조직적 운동을 벌이고, 장정 개정에 나선 이들을 고발한다면, 민‧형사적 책임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강경한 대응 의사를 밝혔다.

국내 감리교회 목회자를 중심으로 동성애 이슈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교단의 미래를 위한 성숙한 대화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소수자환대목회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처분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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