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겉모습이 번듯해도 영혼이 죽어버린 예배는 생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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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겉모습이 번듯해도 영혼이 죽어버린 예배는 생명이 없다
  • 유선명 교수(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 승인 2024.06.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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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35) - “그들의 떡은 자기의 먹기에만 소용될 뿐이라” (호 9:4)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하나님 전에 근사한 예물을 드리는데 하나님은 손도 대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드실만한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제물은 애곡하는 자의 떡과 같아서 그것을 먹는 자는 더러워지나니(9:4)”

율법은 죽은 자를 애곡하는 7일의 기간 동안 죽은 자의 장막 안에 들어온 사람과 물건은 제의적으로 부정하다고 규정합니다(민 19:11~15). 애곡하는 사람도 살아야 하니 취식은 허용되지만 죽음과의 ‘접촉’으로 오염된 음식을 하나님의 제단에 바칠 수는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이 규정을 여기 상기시킨 이유는 명확합니다. 겉모습이 번듯해도 영혼이 죽어버린 예배는 생명의 축제가 아닌 죽음의 예식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죽음의 예시는 계속됩니다. 하나님을 버린 이스라엘의 유일한 희망은 그들의 죄를 뉘우치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고난의 길로 이끌어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셨습니다. 앗수르의 침공이 바로 그런 연단의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족과 귀족들은 고통받는 동포들을 등지고 고국을 떠나 안락한 외국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호세아는 그들의 앞날이 순탄치 않으리라 예언합니다.

“보라 그들이 멸망을 피하여 갈지라도 애굽은 그들을 모으고 놉은 그들을 장사하리니 그들의 은은 귀한 것이나 찔레가 덮을 것이요 그들의 장막 안에는 가시덩굴이 퍼지리라. 형벌의 날이 이르렀고 보응의 날이 온 것을 이스라엘이 알지라(6~7절)” 호세아의 시대에 그 전모를 짐작하기 어려웠을 이 예언은 앗수르의 북왕국 이스라엘 정복만이 아니라 그 이후 살아남은 유다가 바벨론의 포로가 될 때에도 마찬가지로 실현되었습니다. 앗수르와 바벨론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이집트의 도움을 구하고 망명정부를 계획했지만 그때마다 결과는 비참했고 그들은 무력한 존재로 소멸의 길을 걸었습니다. “놉은 그들을 장사하리니…” 놉은 나일강 하류 이집트 고왕국의 수도 멤피스의 다른 이름으로, 이집트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묘지들의 터전이었습니다. 피라미드의 웅장함에 홀린 이스라엘인들은 자기들이 그 건축물 본연의 기능인 무덤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풍자입니다.

하나님을 버리고 이방 신을 따르며 이방인들의 풍습과 가치를 자기 것으로 삼아버린 사람들. 이방인들처럼 기뻐 뛰놀 줄은 알아도 여호와의 절기에는 무엇을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니 얼마나 통렬한 질책입니까! “이스라엘아 너는 이방 사람처럼 기뻐 뛰놀지 말라…너희는 명절 날과 여호와의 절기의 날에 무엇을 하겠느냐(1, 5절)” 세상 풍습에 동화되어 남들 하는 것 다 하고 남들 즐기는 것 다 즐기면서 성도만이 누리는 영적 기쁨은 알지 못하고 사는 우리 시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바벨론의 포로인 다니엘은 예루살렘을 향해 창을 열고 기도했습니다(단 6:10). 비록 몸은 매였어도 그 마음은 수천 리 떨어진 고국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천국의 시민입니다. 이 땅이 너무도 편안해져 타향살이의 서러움을 잊어버린다면 하나님 나라의 동력은 우리를 떠나 다른 이들에게 옮겨갈 것입니다.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 보니 고향 떠난 십여 년에 청춘만 늙고 부평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일제 강점기인 1934년 발표되어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던 <타향살이>의 가사입니다. 만주로 이주한 동포들의 대표적인 망향가였던 이 가사를 보며 이 땅에 살며 천국을 동경하는 우리 가슴에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이라는 절절함이 살아있기를 염원해봅니다.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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