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자살 유가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자살유족지원운동본부’가 설립됐다. 기독교자살예방운동 Lifehope(라이프호프), 안실련, 자살유족 온라인모임 미고사 주최로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삼경교육센터에서 자살유족지원운동본부 발대식이 열렸다.
자살유족지원운동본부는 이번 발대식을 기점으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 개정과 자살유족지원센터의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루 약 37명, 한해 1만3천35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 사람의 자살 후에는 적어도 5명, 많게는 10명의 자살유가족이 발생한다. 이를 따져보면 한해 발생하는 자살 유가족은 적게는 8만명에서 많게는 15만명에 이르는 셈이다.
자살유가족은 신체적 질병 뿐 아니라 우울과 불안, 높은 외상 후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국내 연구에서 자살유가족의 우울장애 발병 위험은 일반인 보다 약 1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더해 사회적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더 큰 고통을 겪는다. 정부는 ‘자살예방법’에서 자살자 유가족 보호를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책무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 지원은 미약하다는 입장이다.
자살유족지원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가 ‘자살예방법’ 개정을 통해 자살유가족의 보호와 지원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자살유족지원운동본부’는 이날 제안한 <자살예방법 개정안>에서는 자살자 자살예방법 제2조2(정의) 부분에서 ‘자살자의 유족’의 범위를 직계가족을 포함한 고인의 자살로 심리적 영향을 받은 친척과 친구, 동료로 확장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제5장 제20조 ‘자살시도자와 자살자의 유족 등에 대한 지원’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살자의 유족 등이 참여하는 자조(自助) 모임의 운영하고, 이를 위한 △인력과 비용 지원 △자살유가족 원스톱 서비스 지원 △전문 지원센터 설립 지원 등의 항목을 추가했다.
이날 발대식에서 자살유족모임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이하 미고사)’를 운영진 김정호 대표는 “대부분이 자살자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큰 고통 속에 방치되어 있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속에 사회적 편견까지 감내해야 하는 유족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발대식이 유족과 비유족의 경계를 허물고 자살유족의 회복을 이끌고, 자살 예방에 기여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는 이번 발대식을 기점으로 자살유족이 일상의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생명문화’운동이 전개되길 기대했다.
조성돈 대표는 “유가족을 낙인 찍지 않고, 자살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며 “당사자인 유족이 중심이 되어 ‘자살예방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한다면,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이끌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살 유가족으로 대책마련을 촉구한 강명수 선생( 온라인 자살유족 운영진)은 “정부와 지자체가 자살문제와 자살유족에 대한 더욱 책임있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며 “자살 역시 죽음의 한 종류임을 받아들이고, 개인과 가족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와 국가적 문제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자살유족지원운동본부의 협력기관으로는 자살유족 온라인모임 미·고·사, (사)라이프호프, 안실련, 자작나무가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