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지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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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지쳤어요
  • 이찬용 목사(부천성만교회 담임)
  • 승인 2024.06.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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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99)

제 딸이 가끔 손녀를 데리고 구역예배에 참석할 때가 있습니다. 전날부터 제 아내는 본격적으로 손녀 맞을 준비를 하는데요. 그 손녀가 제 사무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18개월짜리 손녀가 손닿을 만한 곳의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해야 한다나요.

제 사무실 집기들이 이곳저곳으로 옮겨져 있구요. 청소도 맨발로 다니는 손녀를 위해 더 신경 써서 해야 하구요. 익숙한 곳에 있던 물건들이 여기저기로 옮겨져 있어, 그 물건들을 찾으려면 저는 또 아내에게 물어보고 이곳저곳 기웃거려야 합니다. 막상 손녀가 오면 제 사무실은 장난감 놀이터가 되어버리고 마는데요. 그래도 뭐 이건 기쁨으로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오랜만에 손녀를 우리에게 맡긴 제 딸은요?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거죠~

얼마 전에는 구역 식구들끼리 야외예배를 다녀왔다는데요. 저와 아내는 그 시간까지 손녀와 놀아주느라 파김치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손녀가 온 다음 날은 새벽기도도 못 일어나게 되더라니까요. 손자 손녀가 오면 기쁘고, 가면 더 기쁘다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그래도 막상 가면 또 보고 싶고, 사무실에서의 난리였던 시간, 손녀와 같이 있던 시간들은 좋은 추억으로 우리 부부 가슴에 남아 있네요. 그래서 이 사랑 때문에 어른들은 손자 손녀와 시간을 보내는 듯합니다.

사실 주님의 일을 감당한다는 건 늘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닙니다.
교회 안에서의 일들, 외부 선교사님들의 끊임없는 지원요청, 총회 각 부서에서의 지원요청, 노회 지원해야 할 사항들, 사역자 개인적인 일들… 오죽하면 제 친구 목사님들은 외국에 나가면 선교사님들 만나는 걸 꺼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 번만 만나면 그게 인연이 돼서 계속 뭔가를 요구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게 너무 힘들고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데요. 선교지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거절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다나요.

제 손녀가 오는 날 우리 부부는 또 힘들게 손녀와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제 아내는 이번엔 어떻게 시간을 잘 보낼까 궁리 중입니다. 힘든 시간일 겁니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시간과 물질을 함께 할 수 있는 건 “사랑” 때문일 겁니다.

우리 사역자들도 주변 여러 가지 요청들과 사항들로 매일매일 때로는 버겁고 힘들게 시간을 보내지만, 다음 날 또 벌떡 일어나서 교회에 출근하고 성도들과 만나고 하나님의 말씀을 준비하고 전하는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을 반복해서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우리 안에 있는 “주님에 대한 사랑과 성도에 대한 사랑” 때문 아닐까요? 제 손녀를 보며 이 생각을 해 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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