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문헌의 특징(1)
지금부터 설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이것은 성경에 등장하는 묵시문헌들에 대한 설명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스가랴서나 요한계시록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기들의 머리로 쓴 순수한 문학작품으로서의 묵시문헌이라는 장르에 대한 설명입니다.
구약 시대에 하나님께서 묵시문헌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계시를 전해 주시자 사람들은 그것에 의해 큰 은혜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말라기 선지자 이후에 하나님께서는 더 이상 선지자들을 보내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묵시문헌의 형식을 빌려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읽고 위로와 힘을 얻게 되자, 묵시작가들은 더 많은 책들을 썼습니다. 그래서 신구약 중간기에는 묵시문헌이라는 문학 장르가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것은 하나님의 계시로서의 묵시록이 아니라 신구약 중간기 때 인기를 얻었던 묵시문헌이라는 문학 장르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것을 설명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신약성경에서 요한계시록을 주실 때 묵시문헌이라는 장르를 사용하여 계시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요한계시록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묵시문헌이라는 장르를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a.현재의 세상에 대한 비관론
일반적인 예언서와 묵시문헌의 차이는 그 계시가 주어진 것이 나라가 완전히 망하기 전이냐 후냐의 차이입니다. 묵시문헌은 대개의 경우 나라가 망한 후에 쓰였기 때문에 현실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지금의 세상은 마귀들이 세력을 휘두르는 세상이고 앞으로 올 세상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b. 시대들에 대한 결정론
묵시문헌에서는 세상의 역사는 하나님에 의해 창세 전에 철저히 그 기간들이 예정되어 있다는 견해를 취합니다. 어떤 유대인 마을의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사람들 중 일부는 순교를 당했고 일부는 감옥에 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도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 때 어떤 젊은이가 묵시작가에게 묻습니다. “스승님,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 물어보게나.” “하나님께서 저희를 정말 사랑하십니까?” “그럼, 정말로 사랑하시고 말고, 세상에 수많은 민족들이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오직 우리 유대민족만을 택하셨다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께서 정말로 전지전능하시나요?” “당연하지, 우리 하나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신 분이시라네. 세상의 모든 것을 그분이 창조하시고 항상 모든 것을 다스리고 계시다네.” “스승님, 그럼 한 가지 질문만 더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게나.” “하나님께서 정말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전능하기도 하시다면, 우리가 지금 왜 이 모양이죠?”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질문입니다. 사실 지금 우리들이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현실에는 고난이 있습니다. 때로는 견디기 힘든 고난이 있습니다.
백석대·신약신학
■ 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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