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이하 미자립교회는 무료공연 펼쳐
수익금 일부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
“클래식은 정격성이 매우 뛰어난 음악입니다. 클래식의 음계는 ‘도(DO)’로 시작해 같은 음인 ‘도’로 끝나는 규칙이 있습니다. DO는 ‘도미누스(Dominus)’라는 단어의 약자로 하나님을 뜻합니다. 클래식은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계22:13)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을 드러내기에 매우 적합한 음악인 것입니다.”
축제의 계절 가을, 크리스천 오케스트라 공연을 통해 무르익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13일 서울 방배동 백석예술대에서 만난 장은도 목사(58세‧신나는교회 협동목사)는 “처음과 끝이 동일한 클래식 연주에는 ‘알파와 오메가’라고 하신 하나님을 드러내는 음악적 특성이 있다”면서 “교회에서도 아름다운 선율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성도들에게 큰 감명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22명의 단원들과 함께 ‘DCL(Deos Cristus Logos)’ 오케스트라를 꾸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천여 회의 자선공연을 펼쳐왔다. 중증 소아마비를 이기고 정상급 플루트 연주자이자 현악단을 이끄는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음악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살아내심을 드러내고 복음을 전하는 소중한 도구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음악의 본고장 비엔나에서 6년간 공부를 했습니다. 장애인으로서 많은 배려를 받았지만, 음악의 원칙이 철저한 나라에서 공부를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기에, 무사히 졸업시켜 주시면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는 서원기도를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서원기도 때문일까. 비엔나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각종 대학교와 예술고등학교에 출강하며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이 하나님의 궤도에서 크게 벗어났음을 느낀 순간, 경제적인 위기를 겪으며 멀어졌던 서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이후 목사안수를 받은 그는 2019년 백석 교단에 가입했으며, 지난해 백석 신대원에서 실천신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자신이 가진 음악적 재능을 활용해 크리스천 오케스트라 ‘DCL’를 꾸린 그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길 기대하고 있다. “제가 목사가 된 이후 장애인 선교를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같은 처지에 놓인 장애인 전도가 좋은 순 있지만, 장애만이 제 간증의 소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은 이에게 음악을 통해 복음을 전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직도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가거나 물건을 사러 매장에 갈 경우 도움이 필요해 들린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곤 하지만, 이유 없이 지폐를 쥐어주거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눈치를 주는 불편한 상황이 여전히 존재한다.
방문 연주를 위해 새로운 공간을 자주 방문하는 그에게는 작은 턱 하나만 있어도 이동에 불편이 따른다. 그럼에도 그가 방문 연주를 고집하는 이유는 클래식 음악이 하나님을 알리기 위해 매우 효과적인 선교 도구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탄 연주자이자 목회자인 그는 ‘장애’로 인해 불편함을 겪긴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제한할 장벽으로 여기진 않는다.
장 목사는 “클래식 음악은 기본적으로 하나님 경배하는 찬양의 속성을 가진다. 주로 모차르트와 바하의 음악이 그렇다”면서 “오케스트라 공연 한 번만으로도 교인들은 찬양이 주는 기쁨과 감격을 경험할 수 있다.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렇다고 해서 찬양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교회 분위기에 맞춰 찬송가 편곡물, 미국 워십음악, 캐롤송, 트롯연주 등 새 신자도 아우를 수 있는 다채로운 무대를 만든다.
그가 대표로 있는 DCL 오케스트라는 상시로 100명 이하의 미자립교회 교회를 대상으로 무료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수익금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10년이 넘게 크리스천 오케스트라 단체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던 것도 단원들 모두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자고 마음을 모았기 때문이다.
문화공연이 뚝 끊겨 황무지와 같았던 코로나 기간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다. 장 목사는 행여 지친 단원들이 있을까 염려하며 지속적으로 심방하고 설교를 보내면서 단원들의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힘을 보탰다. 그동안의 자선 음악회를 통해 발달장애인과 소녀가장의 전세보증금 마련, 독거노인 난방비 지원, 선교지의 악기 지원 등 다양한 나눔사역을 펼쳐왔다.
오케스트라 운영을 위해선 연습실과 악기 관리 등 재정적 필요가 큼에도 ‘나눔’을 늘 우선시해왔다. “사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선 재정이 늘 필요합니다. 기쁨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이 사역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아주길 기대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연주회가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문화선교의 접촉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장 목사는 “음악회를 통해 음악의 정격성이 하나님이 주신 얼마나 큰 선물인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 비록 장애가 있는 불편한 몸이지만, 문화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죽기 전까지 지휘봉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