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다며 “여호와께 물으려고 와서” 기다리는 장로들에게 하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즉문즉답, 시원스런 응답을 기대한 그들에게 뜻밖의 메시지가 전해집니다. 

“인자야 이스라엘 장로들에게 말하여 이르라 주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느니라 너희가 내게 물으려고 왔느냐 내가 나의 목숨을 걸고 맹세하거니와 너희가 내게 묻기를 내가 용납하지 아니하리라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20:3) 딴에는 하나님과 선지자에게 예의를 갖췄다고 생각했을 장로들로서는, 그냥 답을 안 주시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목숨을 걸고’ 맹세까지 하시면서 질문 자체를 금하시니 충격이었겠지요. 에스겔서는 그 장로들이 이 방문에서 선지자를 통해 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그들의 귀를 찢고 머리를 부술듯한 하나님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인자야 네가 그들을 심판하려느냐 네가 그들을 심판하려느냐 너는 그들에게 그들의 조상들의 가증한 일을 알게 하여 이르라”(4절) 조상 때부터 쌓인, 하나님의 억하심정입니다. 신의 뜻을 전하는 신탁과 예언은 고대 근동 다른 나라 전통에도 두루 나타납니다만, 이스라엘 예언을 그들과 다르게 하는 독특함 중 하나가 하나님의 격정(파토스)에 대한 생생한 묘사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사람의 정서와 행동을 빌어 표현하는 이 방식을 학자들은 ‘신인동형론(anthropomorphism)’이라는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는 용어로 부르는데,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와 소통하시려는 하나님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것으로 족할 것입니다. 무성의하고 일방적인 상대방에게 너무 오랫동안 억울함이 쌓여 더이상 이야기할 생각이 없는 그런 상태, 우리가 살면서 직간접으로 경험해 알고 있는 그 심정이 하나님의 마음이란 뜻입니다. “나는 너희 하나님, 너희는 내 백성”이라며 기뻐하셨던 이 언약의 관계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일까요. 

그 답은 다시 한 번 ‘반역’이라는 단어로 농축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마음을 다해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건져 내어 약속의 땅 풍요한 가나안으로 들이시겠다고 맹세하셨습니다(6절). 이 땅을 ‘그들을 위하여 찾아두었던 땅’이라 부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그들은 짐작이나 했을런지요!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요구하신 것은 다만 우상을 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충격적입니다. “그들이 내게 반역하여 내 말을 즐겨 듣지 아니하고 그들의 눈을 끄는 바 가증한 것을 각기 버리지 아니하며 애굽의 우상들을 떠나지 아니하므로 내가 말하기를 내가 애굽 땅에서 그들에게 나의 분노를 쏟으며 그들에게 진노를 이루리라 하였노라. 그러나 내가 그들이 거주하는 이방인의 눈앞에서 그들에게 나타나 그들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었나니 이는 내 이름을 위함이라 내 이름을 그 이방인의 눈앞에서 더럽히지 아니하려고 행하였느니라”(8~9절) 참으로 놀라운 따름입니다.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종살이의 고통을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순진한 피해자’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우상숭배자였으며 하나님의 진노 아래 놓인 죄인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기 쉽습니다. 그들부터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잊고 있었을 것입니다. 바벨론 유배를 놓고 “아버지가 포도를 먹었더니 아들이 이가 시리다네” 같은 헛소리가 속담이 된 것을 보면 말이지요. 에스겔의 예언은 이스라엘에게 자신들이 하나님 존전에 선 비참한 죄인임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못 박으십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내게 와서 앞일이나 묻는 짓거리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이 말씀 뒤에 가린 하나님의 아픈 가슴을 그들은 알아챌 수 있을지요.

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