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때는 이주민 노동자였다. 1960년대부터 10여 년에 걸쳐 독일의 지하 밑바닥에서 석탄을 캐내던 광부들과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했던 간호사들이 그랬다. 중동에서 건설 붐을 이끌었던 이들 역시 우리의 아버지이자 형제였고 이웃이었다. 낯선 곳에서 가장 위험하고 힘든 현장에 있던 그들은 이주 노동자를 바라보는 차별과 하대 역시도 감당해야 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물론 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수는 훨씬 많아졌지만 소위 3D 업종이라 불리는 힘든 일을 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제는 한국의 3D 업종을 대부분 개발도상국 출신인 이주민 노동자들이 감당하게 됐다.
우리 역시 이주민 노동자의 고초를 경험한 만큼 우리 안의 그들을 향한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더군다나 땅끝까지 복음을 전할 사명을 품은 크리스천이라면 우리 곁에 다가온 ‘땅끝’을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될 일. 국경을 건널 수 없던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이주민 선교가 이 시대의 핵심 선교 전략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이주민선교연합회(상임대표:문창선, KIMA)가 글로벌디아코니아의 의뢰로 ‘국내 이주민선교 기반 구축을 위한 대상별 선교 전략 개발’을 연구하고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된다.
국내 이주민 250만 시대
행정안전부의 외국인 주민 실태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15만 명. 합법적으로 머물고 있지 않은 인구까지 감안하면 약 250만 명외 외국인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충청남도의 인구(217만 명)와 비슷하고 전라북도(178만 명)를 한참 상회하는 수준이니 사실상 우리나라 인구 구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외국인 근로자가 24%로 가장 많고 조선족, 고려인과 같은 외국 국적 동포가 22.3%로 그 뒤를 잇는다. 결혼 이민자는 10.6%, 유학생은 9.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의 절반 이상(60%)은 경기도와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 이민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다문화가정 자녀의 증가다. 연구책임을 맡은 KIMA 공동대표 허은열 목사는 “행정안전부의 통계를 참고하면 다문화가정 자녀 수는 약 29만 명에 달한다. 지금은 전체 아동 대비 4.9% 정도지만 2020년 다문화가정 출생아 수는 전체 대비 6% 이상이었다”면서 “점점 늘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수를 한국교회와 선교계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학생 역시 한국의 경제성장과 한류의 확산에 발맞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에 약 13만 명이던 유학생의 수는 2022년 조사에서 19만 명으로 증가했다. 국가별로 살피면 최근 베트남 유학생의 수가 중국 유학생의 수를 제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이주 근로자는 역파송에 초점
이주 노동자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높은 비중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중 상당수는 합법적으로 비자를 받지 못한 미등록 체류 근로자인 탓이다. 그 수를 포함하면 국내 이주 근로자는 100만 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이주민의 60%에 달하는 숫자다.
허은열 목사는 “이주 근로자 사역은 국내 이주민 사역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역이자 역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곳”이라면서 “이주 근로자들은 유학생과 더불어 비정주 이주민으로 분류된다. 때가 되면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들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주 이주민 사역은 반드시 역파송 선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 근로자 사역은 이주민들의 출신 국가별로 네트워크가 형성돼 연합사역이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태국의 경우 재한 태국인 이주근로자 선교단체 연합에 26개 단체와 교회가 소속돼 있고 인도네시아는 안디옥 인도네시아선교회 6개 지부를 중심으로 9개 인도네시아 교회가 설립돼 있다.
몽골의 경우 국내 55개의 몽골리안 교회가 있으며 ‘재한 몽골리안 이주근로자 선교단체 연합’이 중심축이 되어 명절 연합 집회 등 사역을 펼치고 있다. 네팔은 ‘네팔을 사모하는 모임’에 30여개 네팔 교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재한 러시아 이주근로자 선교단체 연합’은 100여개 교회가 3개 그룹으로 나눠져 활동한다. 이밖에도 베트남과 필리핀, 캄보디아 이주근로자 선교단체 연합도 네트워크를 구성해 연합 사역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은열 목사는 “이주 근로자 선교의 꽃은 그들이 돌아가 본국에 교회를 개척하는 역파송 선교”라면서 “이런 열매를 맺을 수 있으려면 말씀과 기도에 전념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과 시간의 확보가 절대적인 전제다. 많은 열매를 맺고 있는 이주근로자교회들은 공통적으로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과 신학교 사역, 목회자 및 평신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입국해 머물고 있는 선교사들이 국내 이주 근로자 사역에 투입돼 역할을 한다면 보다 역동적이고 의미있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학생 사역은 시간이 관건
또 다른 비정주 이주민으로 분류되는 유학생은 활동 영역의 특성상 대학생 선교단체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경우 BI(Bridges International) 팀을 운영하며 유학생을 전도하고 제자화해 이 땅에서 이웃이 되어주고 제자의 삶을 살도록 돕는다. 한국어 교실과 한국 문화 체험을 필두로 한국 생활을 돕는 케어 사역, 전도와 육성, 훈련을 통한 양육 사역, 유학생 교회 사역, 역파송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학생회(ISF) 역시 한국어 교실과 교류 활동, 문화체험을 진행하며 유학생들이 한국에 적응하도록 도우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다. 일단 섬겨야 할 유학생은 너무 많은데 섬길 인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안 그래도 학업 기간이 정해져 있는 터라 양육기간이 짧은데 아르바이트나 석박사 공부로 그 시간조차 내기 어려운 유학생들도 상당하다. 이주 근로자와는 달리 출신 국가별로 뭉쳐있지 않고 언어와 문화가 천차만별인 탓에 사역자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허은열 목사는 “유학생은 2~5년 사이에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거나 직장을 찾아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그 기간 내에 전도해 양육하고 훈련하여 파송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젊은 유학생이 본국에 귀국할 경우 현지에 목회자나 동역자가 없을 가능성도 높다. 이를 위해 기본적인 신학적 내용을 가르쳐 스스로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유학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도교수를 전도하거나 믿는 교수와 협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