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 사는 친구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 친구인 Y 군이 하늘나라에 갔다는 부음을 들었다. 이제 희수(喜壽)를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세상을 떠난 친구가 벌써 여럿 있다. 이젠 슬슬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이른바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관심이다. 죽음은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맞닥뜨려야 할 실제적 사실이기에 이에 대한 진지한 생각도 필요하리라.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두려움과 공포, 절망과 슬픔을 초월하여 부활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란 신앙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런 신앙으로, 이 땅에서의 삶을 의미 있게 정리하며, 죽음을 순리로 받아들이신, 모범적인 권사님 한 분을 소개한다. 내가 늘 존경하는 S 목사님의 어머니 J 권사님이시다.
J 권사님은 만 86세(1923~2009년)의 일기로 천국에 가셨다. 소천 받으시기 엿새 전 주일 낮 예배를 마친 후 모든 성도들과 환한 모습으로 일일이 인사를 나누셨고 수요일 저녁예배도 참석하셨다. 그리고 평소에 소원하신 대로 토요일 새벽에 주무시다가 조용히 주님의 부름을 받으셨다. 장례예배에 참석한 모든 분들은 한결같이 ‘성도의 복된 죽음’의 참된 의미를 다시금 깊이 깨달았고, 권사님의 41명의 자녀 손들은 장례예배를 드리면서 감사의 눈물을 뜨겁게 흘렸다고 한다. 특별히 18명의 손자들과 손녀들이 할머니에게 드리는 편지를 할머니의 시신을 담은 아름다운 관에 넣어 드려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권사님은 39세 때 막내아들이 돌이 되기 전, 남편을 천국으로 보낸 후, 험난한 인생길을 걸으며 시편 23편 1절 말씀 위에 굳게 서서 숱한 고난과 역경을 오직 믿음으로 이겨내셨다. 그래서 5남 2녀 일곱 자녀를 잘 길러 모두 목사, 장로, 목회자 사모 등 하나님의 충성스러운 일꾼이 되게 하셨다. 힘든 인생길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면서 말씀을 읽고 쓰기, 기도와 찬양, 그리고 성가대 반주자와 대원 및 주일학교 교사 등의 교회 봉사로 일관된 삶을 사셨다. 권사님은 1994년 미국 기독여성협의회에서 주는 ‘장한 어머니 상(賞)’을 받아 교포사회에서도 존경을 한몸에 받는 모범적인 어머니 상(像)이 되셨다.
권사님은 장례예배(입관예배, 천국환송예배, 하관예배)에서 부를 찬송까지 자세히 기록해 놓으셨고, ‘믿음. 소망. 사랑’, ‘이 세상은 잠깐이요 주님의 나라는 영원하다’라는 글을 묘비에 적어주길 부탁하셨다. 돌아가신 후 권사님의 옷장에서 발견된(2007년 6월 23일에 쓰심) 글 ‘나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남기고 가는 다섯 가지의 말’-자손 대대로 하나님을 잘 섬기는 가정이 되길 등-은 모든 자녀들에게 큰 감동을 주며 헌신을 다짐하게 했다.
하늘나라에 가시기 이태 전 8월 어느 날, 성경 넉 장을 암송하신 것을 녹화해 두셨다고 한다. 먼저, 시편 103편 암송을 통해 먼저 하나님을 송축하셨고, 이어서 로마서 12장 암송을 통해 자녀들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요한계시록 21~22장 암송을 통해 천국에 대한 소망을 보여주셨다. 이토록 철저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신 권사님의 마지막 생애는 웰다잉 혹은 웰엔딩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깨닫게 하셨다.
80평생을 오직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걸어가신 인간 승리의 표본, 말씀 묵상과 실천, 쉼 없는 기도, 꾸준한 봉사활동에 온 힘을 쏟으신 신앙의 어머니 J 권사님! 그분에게 ‘거룩한 죽음’ 혹은 ‘아름다운 떠남’이라는 찬사를 드리고 싶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천국의 영광 가운데 거하고 계실 자랑스러운 권사님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