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열린 ‘개혁주의생명신학 국제포럼’에는 해외 강사 2명이 초청됐다. 그중 미국 칼빈대학교 비베 보어 총장은 나이지리아 선교사의 자녀로 아프리카 에너지 개발을 위해 일해온 CEO 출신이다. 행사 중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구사회에 나타나는 문화전쟁과 세속화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때 보어 총장은 “미국 대학 총장으로 오고 나서 문화적 양극화 상황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세속주의와 다원주의 사상이 교회 안을 파고들고 교단 내에서도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갈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어 총장은 서구교회는 문화적으로 갈등하며 성도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핍박받는 나이지리아 개혁교회 신자는 200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부흥하는 교회들도 나이지리아 이민자교회들이라고 덧붙였다.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뜨겁고 부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세속적인 문화담론을 교회 안에서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보어 총장이 성장기를 보낸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기독교인 사망자 수가 6천명에 달하는 대표적 기독교 박해국가다. 납치와 테러 등 온갖 폭력이 나이지리아 신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에 의해 기독교인 마을 11곳이 습격을 받았고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나이지리아 교회와 신자들은 목숨과 맞바꾸며 자신의 신앙을 지켜내고 있다. 이런 현실을 목도한 보어 총장에게 서구교회의 문화적 갈등은 그야말로 편안하고 배부른 신앙에 불과해 보일 것이다.
예수를 구주로 시인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내걸어야 할 만큼 중요한 고백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대답하기조차 부끄러운 것으로 가벼이 여겨진다. 복음이 왕성한 나라가 겪는 아이러니다. 부자 나라, 부자 교회를 살아가는 한국교회 성도들은 어떤가.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지금 그 길을 걸어갈 성도가 얼마나 될까? 배부르고 게으른 신앙을 회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