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이 익숙해졌다. 날로 심해지던 개인주의 성향은 코로나를 거치며 몇 겹은 더 굳어졌다. 교회도 마찬가지. 주 안에서 한 몸이라는 교회의 공동체성은 점점 옅어지고 개교회주의가 심화됐다. 광야 같은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린 교회의 수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바야흐로 융복합 시대다.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를 낸다. 이제는 교회에도 연결이 필요하다. 개교회주의가 만든 균열을 뛰어 넘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 선교단체 엠브릿지(대표:이대행 선교사)는 이름에서부터 연결을 위한 다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엠브릿지는 지난 22일 동교동교회에서 ‘교회, 문화, 연결’을 주제로 포럼을 열고 연합과 연결의 길을 모색했다.
세상에서 연결되는 크리스천 공동체
놀랍게도 나무도 대화를 한다.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균사들을 통해 다른 나무와 연결해 소통한다. 한 나무에서 생긴 위험을 다른 나무에게 전달하고 서로 돕는다.
‘연결’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조샘 선교사(인터서브 대표)는 하나님 나라의 소식을 증거 하는 크리스천들의 연합을 나무의 연결에 빗댔다. 독립적인 개체로 뿌리 내린 나무처럼 각기 다른 지역과 생활의 영역에서 한 사람의 크리스천으로, 또 교회로 살아가고 있지만 땅 속에서 연결돼 하나의 숲을 이루는 것처럼 우리도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땅 위의 나무가 마치 높이 솟은 십자가라면 땅 속은 우리네 일상이다. 조 선교사는 “땅위의 나무는 아름답고 화려하다. 그러나 땅 속은 어둡고 축축하며 거칠다. 하지만 이 땅에 뿌리를 내려야 양분을 공급받고 태풍이나 홍수가 올 때 쓰러지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신앙은 이처럼 삶의 문제를 동반한다. 교회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다른 광경이 삶의 현장에서 전개된다. 가족 문제, 오르는 집값, 직장에서의 생존 등 수많은 숙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땅 속, 즉 현실에서 씨름하는 것에서 연결의 열쇠가 있다. 그는 “균사들은 나무들의 삶이 걸려있는 땅 속에서 이들을 돕는다. 그리고 이 삶의 이슈를 씨름함이 전체 나무들을 연결하는 기본적인 고리가 된다. 전체를 위에서 보고 설계를 그리고 다듬는 조경이 숲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나무 하나하나를 돕는 깊고 긴 관계가 나중에 알고 보니 전체 숲을 연결한다는 것”이라며 “엠브릿지가 선교의 숲을 만들고 싶다면 해야 할 역할은 여기에 있다. 개인과 교회 공동체가 실제적인 삶의 문제로 씨름할 때 그 가운데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무와 나무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야만 소통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나무와 나무가 연결되기 위해서는 나무와 땅의 연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가진 신앙이라는 나무는 결국 삶이라는 땅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종교와 사회, 종교와 비즈니스의 언어는 달라서 종종 삐그덕거리곤 한다. 결국 나무가 자라기 위해선 땅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서로 다른 언어와 세계관을 연결하는 균사체의 역할이 엠브릿지에게 필요하다.
조샘 선교사는 “공생과 연결을 위해서는 우리의 언어도 달라져야 한다. 성장이 아닌 자라나게 됨, 전략 대신 본질, 조직 대신 만남이라는 단어로 대치할 것을 권한다”며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며 그 안에서 연결을 추구할 때 만물을 화목케 하시는 하나님의 일, 곧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의미
최현기 목사(포도나무교회)는 ‘교회’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한 최 목사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비유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하나인 몸’이라는 측면이고 둘째는 ‘머리와의 관계 속에서 몸’이라는 측면”이라면서 “하나인 몸이라는 측면은 교회의 하나 됨을 설명해주고 머리와의 관계 속에서 몸이라는 측면은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교회의 특징을 잘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하나 됨은 단일교회 안에서만 적용되지 않는다. 세계의 모든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한 몸에 속한 지체임을 의미한다.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될 것”이라는 에베소서의 말씀은 이를 보여준다.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며 개교회인 동시에 공교회라는 것이다.
또 교회가 몸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머리되신다는 사실은 교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그것은 바로 거룩함이다. 머리와 떨어진 몸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듯 그리스도와 연합하지 않은 교회는 생명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고 세상과 구별된 존재가 바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다.
최 목사는 “몸과 머리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의 많은 연구가 머리와 몸, 예수님과 교회를 잘라내 따로 연구해왔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 모두를 오해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말은 교회의 하나 됨과 교회의 거룩함 모두를 담고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하나이며 거룩한 교회’가 연합의 모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론’보다 중요한 건 ‘선교론'
‘문화’를 주제로 발제를 이어간 남성혁 교수(장신대)는 교회 내에서의 수평 이동만 반복되는 ‘가짜 성장’에서 벗어나 회심 전도를 통한 재생산이 일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 교수는 “신대원 첫 학기 등교하던 학교 언덕에 ‘전도사님 제발 전도합시다’라고 걸려있던 현수막을 잊지 못한다. 칼 조지는 ‘수조관의 관리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깊은 바다의 어부가 될 것인가’ 질문했다. 가서 제자 삼으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 회심 성장이 실종되고 세속사회로부터 비판받는 현실은 한국교회가 중요한 무언가를 간과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가 내놓은 대안은 ‘선교론’이다. 그는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대부분 교회가 왜 존재하고 그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분명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갈등과 분열이 일어난다”면서 “교회의 정체성이 교회의 활동보다 선행돼야 한다. 곧 복음을 전한다는 본연의 사명인 ‘선교론’이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교회론’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론이 선교론보다 우선된 교회는 제자도를 내정성숙으로 제한하고 교회의 활동 중 하나로 여긴다. 하지만 선교론이 우선된 교회는 제자도를 예수님의 명령으로 이해하고 재생산의 원리로 수용한다.
남 교수는 “회심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재생산이 지속해서 이뤄지는 교회가 되기 위해선 제자도를 교회의 시작점으로 여겨야 한다. 제자도는 교회의 선택적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회 발생의 원인이기 때문”이라면서 “교회의 목적이 제자의 재생산과 복음의 확장임을 인식할 때 이를 위해 교회가 어떻게 조직돼야 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남 교수는 “우리의 초점을 내부에서 외부로 돌려야 한다. 내부가 초점이라는 것은 교회가 목적지이고, 교회는 비신자를 불러들어야 하며, 구성원을 동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외부로 초점을 바꾼다면 교회는 연결다리가 되고 신자들은 보냄 받은 제자로서 세상에 파송돼야 하며 선포하기 보단 모델을 보여주며 섬기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는 추수할 일꾼에 대한 잘못된 강조로 복음의 씨를 뿌리는 사역을 소홀해 왔다. 한 사람의 제자를 얻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요구되며 때로는 생명까지도 요구됨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교회는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교회 됨을 고민함으로 성경적 제자도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재생산하는 양육자가 된다면 ‘제자 삼으라’는 주님의 명령을 실천하게 되며 ‘사람 낚는 어부’가 되는 주님의 약속이 성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