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홀로 집에 5시간 이상 방치 ‘27.7%’
지역교회 인프라 ‘돌봄시설’로 활용 확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출산과 돌봄이 필수적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다음세대가 없이 미래를 논하기 어렵다. 그런데 어린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돌봄공백’을 메꿔줄 다양한 보육지원 시스템의 마련이 요청된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지역의 교회들이 부모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례가 많다. 밝은 미래를 위해 돌봄을 자청한 교회들을 찾아보았다.
‘학령기 아동’ 돌봄 절실
전문가들은 그간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 기조가 ‘돌봄문제’ 해결이 아닌, 출산 장려중심의 정책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인구절벽의 위기의 때에 아동의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
더욱이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홀로 가정에 머무는 아동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아동 혼자 집에서 보낸 시간’이 5시간 이상인 경우가 27.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5시간은 12.3%, 1~3시간은 18.5%, ‘1시간 이내’는 33.4%로 가장 많았으며, ‘없음’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8.1%에 불과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기상황까지 겹치면서 집에 홀로 방치된 아동들을 위한 긴급돌봄체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중 유휴공간’ 내어주는 교회들
고척교회(위임목사:조재호)는 정부에서 방과후교실을 위탁받아 지난 2004년부터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척 재미난 방과후교실(센터장:김세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하교 후 아이들의 학교 숙제를 지도하고 영어와 글짓기, 체육 등의 교과목 공부와 함께 독서, 글짓기, 전통문화체험교실 등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아동들의 인성발달을 위해 매월 1회 문화체험 현장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방학 기간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보육프로그램을 진행해 방학숙제 지도 및 현장학습, 체육교실 등을 실시하며 아동들의 식사까지 책임지고 있다.
시설은 전체 500㎡ 규모로 전체 정원 40명에 본인부담금 10만 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 고척교회는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초등학교 등교가 미뤄지고, 온라인 수업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긴급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을 위해 종일제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세정 센터장은 “코로나가 시작된 근 2년 동안 종일반으로 방과후교실을 진행했다. 정부의 보조금은 매우 적지만, 교회가 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고, 상당한 금액을 지원함으로 운영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교척교회 성도로 구성된 교사들도 섬김과 봉사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면서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는 없지만, 주일 하루를 빼고는 매일 교회 땅을 밟는 아이들이 언젠가는 하나님 품에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새롬교회(담임:이원돈 목사)는 지난 1990년 지역 선교사업의 일환으로 공부방을 열어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다가 2004년 지역아동센터가 아동복지시설로 법제화되면서 ‘새롬지역아동센터’를 정식 개소했다. 현재는 돌봄이 취약한 지역아동과 18세 미만의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을 대상으로 국·영·수 교과목을 중심으로 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놀이문화 프로그램으로 딸기체험, 에버랜드 방문, 영화 관람, 비누공예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경희 센터장은 “90년대 공부방이 세워질 당시 약대동은 열악한 환경의 동네로 지역의 어려운 아동들을 돕기 위한 선교적 차원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취약계층으로 다문화가정 아동이 4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많은 학교가 휴교를 하면서 오전부터 긴급돌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종일반 아이들을 위해 아침과 점심,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방문한 율전교회(담임:이우철 목사) 앞에는 ‘세이마루 아카데미’에 참여한 학생들이 ‘수학경시대회’에서 전원이 입상했다는 현수막이 자랑스럽게 걸려있었다.
지난 2015년 자녀들을 신앙 안에서 잘 키우고 싶은 엄마들의 고민에서 시작된 ‘세이마루 아카데미’는 율전교회의 방과후수업으로 지난해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했으며, 매주 월·화·목요일 2시부터 4시까지 초등학교 저학년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율전교회는 국·영·수 일반 교과목에서부터 피아노, 악기, 태권도, 제2외국어, 독서지도 등의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다함께돌봄센터’ 위한 시설 임대 늘어
교회의 직접적인 돌봄시설 운영이 어려울 경우 지자체와 협력해 주중에 사용하지 않는 교회의 시설이나 공간을 무료로 임대해주는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
교회가 학교 외 지역사회 돌봄을 위해 ‘다함께돌봄센터’를 수탁받아 운영하는 것이다. 다함께돌봄센터는 초등 방과 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자체가 공공시설이나 공동주택 유휴공간을 활용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안산제일교회(담임:허요환 목사)는 지난해 안산시에 교회 시설 일부를 ‘다함께돌봄센터’로 사용할 수 있도록 10년간 무료로 인수하는 협약식을 맺었다. 교회는 제 2교육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브릿지센터 건물 2층 내 교실 140.4㎡를 10년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으며, 시는 이곳을 리모델링해 올해 초 ‘안산시 다함께돌봄센터 9호점’으로 문을 열 계획이다.
대전 메아리침례교회(담임:김명수 목사)도 최근 대전 서구와 ‘다함께돌봄센터’ 설치를 위한 임대협약을 체결하고, 1층 공용공간 294.98㎡를 돌봄센터 설치를 위해 5년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대전 서구는 올해 8월 중 ‘다함께돌봄센터’ 개소를 목표로 위탁 운영자 선정과 해당 공간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 동래제일교회(담임:유종헌 목사)도 지난해 부산 동래구청과 ‘다함께돌봄센터’ 설치 및 운영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3월부터 교회의 주중유휴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공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교회가 돌봄시설을 제공하기에 앞서 주의해야 할 점은 교회가 공공성을 위해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과 돌봄의 공간으로 정부의 보조를 받기로 했다면, ‘내 것’이라는 소유의식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민간소유의 교회 내 유휴공간을 무상임대하고, 종교활동과 분리를 고려해 공간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옥경원 대표는 “교회의 지역 아동 돌봄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의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해야 하며, 다음세대의 이익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