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와 목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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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와 목회하기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1.06.2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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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이찬용 목사(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목사(부천성만교회)

서정우, 공신일, 이강찬. 이 녀석들을 만나려면 집이나 독서실이 아니라, PC방으로 가야 할 겁니다. 대부분 예배시간에 쓰레빠(?)를 끌고 지각하며 오는 게 바로 중학교 2학년 이 녀석들입니다.

소통전문가 김창옥 교수가 제일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중학교 2학년 친구들이라죠. 중학교 2학년은 웬만하면 강의하지도 않는다구요. 한 500여 명 되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영혼 없는 표정으로 김창옥 교수를 삐딱하게 앉아 고개를 대부분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숙이고 있었다죠. 그 녀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유머를 사용했더니 “애쓴다~~”, “ 먹고살기 힘들겠다~~!”라는 말이 튀어나와 너무너무 힘들었다구요.

오죽하면 어느 부부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을 저에게 데려와~ “목사님 가지세요~” 해서 딸만 둘 있는 제게 ‘정지영’이라고 공짜 아들 하나가 생겼다니까요. 서정우, 공신일, 이강찬 이 녀석들이 중학교 2학년입니다. 예배시간이면 고개를 처박고 핸드폰 만지작거리고, 그 핸드폰엔 자기 여자친구라면서 여자 아이돌이나 또래 자매들 사진은 반드시 저장하고, 교회 학교보다는 PC방을 사랑하고, 자기 엄마들이 견디다 견디다 힘들어 “목사님~!! 우리 아이를 좀 어떻게 해 주세요” 하는 녀석들…

이 녀석들 셋이 수요일 새벽기도에 나왔습니다. 물론 한 10분 늦게 나왔구요~
“어떻게 나왔니?”
“그냥 약속해서 나왔어요.”
“그래~~ 그럼 아침 7시까지 목사님 있을 건데 너희도 이 시간까지 있으면 아침 사줄게~”
“네~~ 비싼 걸로요. 비싼 거요!!”

그리고 앉아 있는데 5시부터 시작된 새벽기도에 6시쯤 되니까, 몸살이 나는 듯했습니다. 6시 25분쯤 녀석들이 대견해서 새벽시장에 가서 소고기도 사고, 돼지고기도 사고, 과일도 사서 교회 식당에서 녀석들과 함께 고기로 아침식사를 했구요.

아침식사가 거의 끝난 후 한 녀석이 만난 지 3일 됐다면서, 핸드폰에 있는 자기 여자친구를 보여주며 자랑하더군요.
“너희 엄마들 사진은 핸드폰에 저장해 놨니?”
“아니요~~”

녀석들 머리통을 한 번씩 물어 주었습니다. 머리통을 감싸고 아프다고 뒹구는 녀석들… 그리고 그걸 흐뭇하게 쳐다보는 담임목회자의 모습. 수요일 아침 우리 교회 식당 모습입니다.
“내일 또 나올게요” 하며 씩씩하게 나가는 녀석들 뒤통수에 대고, “내일은 소고기 못 사준다~~” 하고 큰 소리로 외쳐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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