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살 빼세요?”
우리 교회 황성진 권찰이 제게 하는 말입니다.
180cm가 넘는 키에 110kg이 넘는 거구, 오른손 둘째 마디는 예전 7대 1로 싸울 때 당구대를 엎었는데 그 때 살점이 조금 떨어져 나가 지금도 흉터가 남아 있구요.
언젠가 3부 예배 후에 박현우, 여운경 집사와 로비에 있는데, 마침 황성진 권찰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난~ 말이여~ 너그들이 1층에 있응께, 맴이 놓여야~~ 나가 2층은 맡을 랑께, 너그들이 1층에서 목사님 잘 지켜 드리고~~~잉!” 하기도 해서 저를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10년째 대장 권찰이라고 우기며 황당함과 엉뚱함을 같이 갖고 있는 황성진 권찰이 제게 ‘살 빼시냐?’ 물어 와서, 저는 뱃살이 장난 아니게 나와서 해독을 시작했다 말해 줬구요.
“목사님~ 살 빼는 건 등산이 최곤데여~~ 저랑 새벽기도 끝나고 등산 하실래여~~?”
“아니~ 새벽기도 후 저는 강단에 7시까지 있는데, 새벽에 나와 그 시간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진짜? 할 수 있으세요?”
“7시요~~?” 화들짝 놀라며 조금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럼요~!” 하더라구요.
“5시에 시작되는 새벽기도에 나와 그 시간까지 있을 수 있으면 등산 갑니다~”
새벽기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새벽기도 나오고 7시까지 버티며 앉아 있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실 저는 지나가는 말로 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기도 시간에 진짜로 황성진 권찰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렇게 말해놨어도, 별 대수롭지 않게 나왔나보다 하고 7시까지 강단에 앉았다 일어났는데, 거대한 거구가 불 꺼진 컴컴한 본당 저쪽에서 저를 따라 나왔습니다.
“목사님~~ 새벽기도 좋은데여~ 거 머시냐 쭈~욱 이어서 기도하는 거(방언기도) 거 참 좋아 보이던디여~ 저 약속 지켰습니다.”
졸음 가득한 눈으로, 하지만 무언가를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배를 가득 내밀며,
“사실 새벽 3시까지 잠이 안 와서요, 자면 새벽기도 못 나올 것 같아서 한잠도 못 잤어여~ 보세요~ 이 등산화” 하며 발을 들어 보여주었습니다. 완전 무장한 등산복 차림~~
“아니~ 진짜 등산 가시려고 새벽기도 나오고, 지금까지 저를 뒤에서 기다리셨어요?”
“그럼요~ 목사님께 약속했잖아여~~ 저는 약속 지킨 겁니다.”
에고~ 고맙기도 하고, 밤새 한숨도 못자고 나온 이 예쁜 돼지가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그날 등산은 하지 않고, 같이 아침에 콩나물 해장국을 먹었습니다.
엉뚱함 발랄함 황당함까지 갖춘 10년째 권찰인 황성진 성도 때문에 감사함으로 아침을 여는 날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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