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성가대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교회를 사임하겠습니다.”
첫 번째 교회 건축 후 성가대 지휘자 부부가 제 사무실에 찾아와 한 말이었습니다. 교회가 건축되고 성가대석이 자기 마음대로 확보되지 않으니 나름 불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집사님~! 성가대석은 설계하시는 분이 성가대의 말을 참고는 하지만, 알아서 설계하시는 거구요. 성가대 지휘자가 무슨 그런 문제까지 책임감을 느끼신다고 하세요? 지금 집사님이 책임지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잘 모르겠구요. 우리 교회에 있는 동안 목회자인 저는 집사님과 함께 하지만, 여기서 ‘안녕히 계세요~’ 하고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저는 집사님을 잊습니다.”
그 부부는 “안녕히 계세요~!”하고, 주일 저녁 교회를 나가 버렸습니다. 우리 교회는 졸지에 성가대 지휘자가 없는 교회가 되었구요. 그 주 수요일이었습니다. 비가 오는데 바바리코트 깃을 세우고, 어떤 젊은 남자가 수요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저를 보곤 대뜸 “제가 성가대 지휘를 했었습니다. 이 교회를 다녀도 될까요?” 하더군요.
그 사람이 바로 이태리 유학 후, ‘맨 오브 라만차’에 출연하기도, 앤드류로이드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에서 피앙지로 출연하기도, ‘조승우’라는 연기자에게 노래를 지도하기도 한, 현재 18년째 우리 교회 지휘자인 진용국 집사입니다. 먼저 다니던 교회에서 지휘가 힘들어 쉬다가 섬길 교회를 찾아다녔었다고 하더군요.
그 사건 이후 제겐 조금 더 담대함이 생겼습니다. ‘아~~ 이 교회가 주님이 주인 되신 교회구나, 주님의 교회는 주님이 책임지시는구나’ 하구요. 출애굽 당시 앞엔 홍해, 뒤엔 바로가 철병거 육백 대와 애굽의 모든 병거를 동원해 쫓아올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원망합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심히 두려워하여 여호와께 부르짖고 그들이 또 모세에게 이르되 애굽에 매장지가 없어서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 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느냐… 우리가 애굽에서 당신에게 이른 말이 이것이 아니냐 이르기를 우리를 내버려 두라 우리가 애굽 사람을 섬길 것이라 하지 아니하더냐 애굽 사람을 섬기는 것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낫겠노라”(출 14:10~12)
모세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출 14:13)
2020년이 시작되는 1월 올해도 어떤 일을 만날지,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지 우리는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슨 일을 만나든지, 우리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그 상황과 문제에 주저앉지 않고, 주님 앞에 나아가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행하시는 구원을 보는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문제, 끝없는 사망의 골짜기,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들~~ 그런 문제들은 사실 우리가 볼 때 문제이지, 우리가 섬기는 주님이 볼 때는 문젯거리도 안 되는 것들입니다. 좀 가만히 있고, 주님이 어떻게 하시는지 볼 수 있는 은혜가 우리에게 있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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