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 목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밥 한번 먹을래?”
그 친구는 그런 말을 쉽게 하는 성격도 아니고, 뭔가 제게 할 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그러자~!”하고 부부끼리 만났습니다. 100년 가까운 교회의 담임인 그 친구는 우리 중에서 가장 공부를 잘했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부르심을 받고, 장로교 신학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꾼 케이스였습니다. 식사 후 커피 집으로 옮기자마자, 가슴 속 울분을 토해내듯 말했습니다.
이유인즉 그 교회 장로님과 약간 서운함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그 장로님이 전화를 걸어와 만나자 해서 만난 자리. 옆엔 사모님도 계셨는데, 지난 7년 동안 자기가 서운했던 내용들을 메모해 와선 한 시간이 넘도록 조목조목 그 내용들을 말하더랍니다.
“아니~~, 그 말을 끝까지 듣고 있었어?”
“응~~ 그냥 다 들었어~”
“아~ ‘그냥 됐습니다~ 여기까지 하세요’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리지~~”
제 속에선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 그 장로님과 만나고 온 저녁 잠자리에 들었는데, 속에서 천불이 나더랍니다. 설교시간마다 마주 대해야 하는 그 장로님은 아무것도 아닌 척, 매번 설교시간마다 눈감고 앉아 있고, 주님이 원수도 사랑하라 하셨는데, ‘그 장로님과 밥 한번 먹을까?’ 생각하다가 밥 먹으면 체할 것 같고, ‘커피라도 마실까?’ 하다가도 너무 불편할 것 같아 힘들다구요. 자기는 아무 말도 못하고 낑낑거리고 있는데, 교회에 오래 몸담아온 그 장로님은 뒤에서 또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다니며 이말 저말이 들려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구요?
담임목사의 리더십은 ‘참새 리더십’입니다. 교회에 잠입한 신천지 교인이나, 부정적인 사람 한두 명이, “우리 목사님은 돈 많은 사람만 좋아해~~”, “우리 목사님은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만 좋아해~~”, “우리 목사님은 이쁜 여자만 좋아해~”, “우리 사모님이 입고 다니는 옷이 어떤 옷인지 알아?”, “성도들의 헌금으로 그런 옷을 입고 다녀~~” 이런 말만 하고 다녀도, 그 말을 들은 미숙한 성도는 설교시간에 마음이 닫히고 말거든요. 목회자를 보는 눈이 ‘에이~ 돈 많은 성도만 좋아하는 목사가 뭐…’ 하는 거지요
참새가 전깃줄에 앉아 있는데, 뭔가가 그 전깃줄을 흔들어 버리면 그 참새는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사실 영적인 사역은 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어제까지도 “우리 목사님~~” 하다가도 자기 마음에 조금 불편한 게 있으면 얼굴이 확~! 바뀌게 되는 게 성도거든요~
바울이 시무했던 겐그레아 교회의 여집사‘뵈뵈’같은 동역자 한명만 곁에 있어도, 목회자는 그게 그렇게 힘이 나는 법입니다.
“내가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으로 있는 우리 자매 뵈뵈를 너희에게 추천하노니 너희는 주 안에서 성도들의 합당한 예절로 그를 영접하고 무엇이든지 그에게 소용되는 바를 도와줄지니 이는 그가 여러 사람과 나의 보호자가 되었음이라”
한국 기독교 130년이 지나면서 교회의 전통도 생기고, 오래 다닌 성도들도 교회에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소신껏 목회하도록 돕는 교회, 바울의 동역자 ‘뵈뵈’와 같은 성도들이 그래도 우리 목사들 곁에 몇 명은 늘 있는 목회환경이 되었으면 정말! 정말! 좋겠습니다.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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