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은 하루에도 여러 번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 날이었습니다. 그날이 마침 교회 김장하는 날이었는데, 10시가 안 돼 문상록 집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00이가 죽었습니다.”
“뭐……?”
“00이가 어제 포천에서 죽어 지금 부천 장례식장으로 오고 있답니다.”
“아니… 왜 갑자기?”
000 집사는 청년부 시절부터 우리 교회와 함께 하고, 결혼식 주례도 제가 했습니다. 올해 막내가 10살로 딸 셋을 잘 키우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몇 달 전부터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담당 교구를 맡은 간사 말로는 집에서 가까운 교회로 나가겠다고 하고 전화도 잘 받지 않아 답답해하던 터라고 하더군요.
오전 10시부터 성도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김장은 왁자지껄하게 끝났습니다. 그날 햇볕은 왜 그리 환장하게 비추던지요? 그날 음식은 왜 그리 환장하게 맛있던지요? 김장을 대충 마무리하고 장례식장에 간 교역자들이 “오후 4시 조금 넘어 입관하셔도 괜찮으시냐”고 물어 “그렇게 하시라”고 대답했습니다. 000 집사의 장례를 저에게 부탁했다고 하더라구요. 입관 전에 000 집사 얼굴을 봤습니다. 저는 제 속마음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나쁜 놈, 아직 막내가 10살인데 더 살아야지…’ ‘가장의 책임은 그래도 감당해야지……’
장례식장에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담담히 누워 있는 000 집사를 보며, 오열하는 유가족들을 그래도 다독이면서 저는 먹먹한 가슴을 안고 그 옆에 서 있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집회 전에 내년 5월에 결혼한다고, 이경록, 윤미경 권사의 아들 정민 군이 아가씨를 데리고 제 사무실로 인사하러 왔습니다. 풋풋한 젊은이들, 그냥 뭐가 좋은지 서로 쳐다만 봐도 슬며시 웃는 녀석들을 향해 주님께서 이 가정에 은혜와 사랑과 긍휼로 함께 해 달라고 기도해 주었습니다.
잠시 후 시작된 금요 기도모임은 기독교TV에 나가기 위해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신경도 쓰이는 데다 제 몸 상태도 안 좋고, 오늘따라 음향도 왜 이리 거슬리는지, 찬양도 어렵게 어렵게 이어나가야만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함께 신앙생활 하던 녀석의 갑작스러운 비보와, 아직 어린 아이들을 두고 먼저 가버린 녀석의 시신과 마주해야 하는 시간들, 그리고 그 마음을 길게 이어갈 수도 없이 성도들을 향해 주님의 은혜와 긍휼을 구하며 축복해 주어야 하는 시간들.
대부분의 목회자는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하며, 그 때마다 마음과 표정을 달리해야만 하는 싸움을 해야만 합니다. 이런 멘탈을 잘 이겨내며 버티고 나가야 하는 게 목회자의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대부분 목회자는 지금 자신과 싸움 중이랍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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