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된 영적 지도자들
두 번째로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장본인은 성직자들로서 사제, 수사와 수녀, 수도원장이다. 츠빙글리에 의하면 그들이야말로 “복음을 가장 심하게 박해하고 있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편지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자들이다. 곧 교황청과의 긴밀한 유대 속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말이다. 수도원장은 세상을 등진 은둔자(수도자, monachus)여야 하지만, 세상의 한 가운데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를 그들의 소유물로 만든 자들이다.
츠빙글리는 그들을 일컫는 ‘은둔자’라는 명칭에 동의하지 않는데, 성경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수도복 안에 수많은 부, 사치와 낭비, 명예욕과 무절제를 숨기고 있으니, 그들의 위선적 삶이야말로 하나님과 복음을 그 어떤 못된 망나니보다도 더 경멸한다.
사실 교황이 내린 칙령을 따라서도 수도원은 가난한 자들의 숙소이며, 군 병원으로 그만큼 많은 자선을 베푸는 곳이어야 하는데, 그들은 엄청난 탐욕으로 가난한 자들을 모른 체하며, 그들의 창고를 곡식으로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야말로 사회 혼란의 원인이다.
세 번째로 사회 혼란의 장본인들은 세상 권력과 부를 가진 정치지도자이다. 정치가들은 주 수입원이었던 대주교관구, 대주교 성당, 수도원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무척 화가 나 있는데, 성직자들이 그러한 수입이 자기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알고 매우 쉽게 가져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교좌 성당과 수도원에 부가 넘치자 제후들과 교황은 엉뚱한 법을 제정했는데, 주교좌 성당의 주교는 반드시 외가 쪽으로 4대가 귀족이어야 하며, 백작이거나 남작이어야 하며, 친가 쪽으로 4대가 귀족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주교좌 성당의 주교직은 돈방석에 앉음이 목적이 되고 말았고, 그들의 된 직무인 복음의 전파는 사라지고 말았다.
아울러 그러한 그들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 진리를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정치 권력이 교회를 장악하여 물질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타락한 교회가 되어버렸다.
이에 츠빙글리는 미가 7:2-4를 인용하며 그들에게 닥칠 심판의 날을 경고한다. 츠빙글리는 그들의 결정적 문제를 하나님의 말씀을 떠나 있음과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의 말로 평가절하함으로 본다. 특히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도 루터 추종자의 말(lutherisch)로 몰아붙이는데, 그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싫어하는 것이다. 당시 교황청은 로마교회의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루터파로 매도하며, “루터를 따르는 자들은 모두 악한 자들이다!”라고 정죄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높은 이자와 과한 세금을 민중들에게 부과하면서 모든 재산을 착취한다.
이러한 착취에 대해 츠빙글리는 주저 없이 복음적 대안을 제시한다. 복음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예외 없이 수없이 많이”(Viel, auf jeden Fall!)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츠빙글리는 여러 성경 본문을 제시하며 고리대금 등 인간의 탐욕과 물질적 죄악은 인간의 타락과 복합적으로 얽혀있음을 설명한다.
주도홍 교수의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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