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란 무엇인가?
21조에서 츠빙글리는 중보기도의 유익성을 강조하며, 중보기도는 “오직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주기도문 역시 “오직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며, 살아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츠빙글리, 『저작 선집 2』, 274) 있다. 이는 중세교회가 행했던 사자(死者)를 위한 기도를 염두에 둔 말이다.
츠빙글리는 성인들의 중보기도에 관한 성경구절은 단 한 군데도 찾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한다. 츠빙글리는 기도를 “하나님에게로 향한 영혼의 도약이며 영혼의 바라봄”, 한 편으로는 믿음의 표시이며,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의 필요를 향한 순수한 간청으로, “오직 신앙에서 나오는 절박한 부르짖음”으로 정의한다. 츠빙글리는 여러 각도에서 많은 성경구절을 가져오면서 또는 앞선 신앙선배들의 기도이해를 가져오는데 흥미롭다.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하는 중언부언 기도를 금하며,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경배이고,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절대 믿음의 요청이라고 이해한다.
간절한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절대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마태 6:7~13을 근거로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기도할 때 많은 말을 하지 말라는 츠빙글리의 강조는 여러 번 반복된다. 많은 말보다는 진심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태도가 더 요구된다. 하나님은 구하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시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기도는 몇 가지로 정리되는데, 기도할 때 많은 말을 하지 말 것, 쉬지 말고 기도할 것, 쓸데없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말 것이다. 예수님은 반복기도와 건성으로 하는 기도를 비판한다. 츠빙글리에게 기도하는 자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은 기도를 물질적인 요청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기도의 양에 따라 하나님이 보상해야 할 그 어떤 공로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주기도문에 근거하여 츠빙글리는 무작정 떠벌리는 기도를 하지 말 것, 많은 말을 하지 말 것을 내세운다. 츠빙글리에게 진정한 기도는 마음으로 하는 기도이다. 입술로만 하는 기도는 하나님에 대한 모욕이고, 조롱이다.(마15:8) 츠빙글리는 주기도문의 죄 용서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면서 중요한 언급을 한다. 아무리 주기도문이 당신에게 익숙해져 있다 할지라도, 그 대목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내가 내 원수를 대하는 태도 이상 나를 더 잘 대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사실입니다. 이 세상에서 근본적으로 우리 자신이 믿음이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할 수 있는 기도와 우리 자신을 완전히 인식하게 만드는 기도는 주기도문 이외에 다른 것이 없다는 결론을 알게 되었습니다.”(츠빙글리, 『저작 선집 2』, 278~279)
츠빙글리에게 참된 기도는 “영으로 존재하는 하나님을 우리의 영혼으로 부르는 것”이다. 츠빙글리는 성령의 인도로 아주 오랫동안 기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오랫동안 기도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나, 성령의 진리 안에서 오랫동안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츠빙글리에게 기도는 진정으로 성령 안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주도홍 교수의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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