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시련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섭시다.”
화마가 휩쓸고 간 사회적기업 ‘인천 계양구재활용센터’는 처참했다. 지난 2일 자정 직전에 아무도 없는 재활용센터에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30여만에 진화됐다.
노숙인 출신 직원들의 자활 터전이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렸다. 가구, 가전제품, 옷가지 등 쓸 만한 것을 찾아보지만 건질 것이 거의 없다. 그을음이 나고 불 냄새가 배여 남은 물건도 팔 수 없게 됐다.
화재가 나고 만 하루 만에 재활용센터 대표이사 이준모 목사(인천 내일을여는집 이사장)는 3일 이른 아침 직원들 모두를 앞마당에 모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사람이 피해입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옆 건물들로 불이 번지지 않게 해주신 것이 감사합니다. 건물에 큰 손상이 가지 않은 것 또한 감사합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손을 잡아주소서."
이준모 목사의 기도에 모두의 눈가가 젖어든다.
불이 난 인천 계양구 재활용센터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해 운영된 지 16년째 되는 사회적 기업이다. 2001년 3월 계양구청의 설립허가를 받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밑에서 시작했다. 해인교회가 IMF 당시 노숙인들을 위해 만든 ‘내일을 여는 집’이 계양구청의 위탁을 받았다.
거리에서 구조된 노숙인들은 쉼터를 거쳐 이곳에서 기술을 배우며 가전과 가구, 옷가지 등을 수선해 재판매하고 수익금을 급여로 받고 있다.
이미 수많은 노숙인들이 이곳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금까지 거쳐간 노숙인만도 450여명에 이른다. 현재도 6명의 직원들이 거리에서 벗어나 희망을 일구던 차였다.
현재의 공간도 귀하게 마련된 곳이다. 2010년 12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나들목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고, 이후 화재예방을 이유로 점유부지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렵사리 2012년 ‘한국자산공사’(KEMCO)의 건물을 임대해 사용해오고 있다.
어렵게 운영됐지만 노숙인 자활사업의 가능성은 꾸준히 인정받아왔다. 2009년에는 인천시로부터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은 데 이어 2010년에는 완전히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됐다.
사회적 기업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여건 속에서도 꿋굿이 자리를 지켜왔다. 더구나 2014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으로까지 지정된 바 있다.
현재는 갑자기 닥친 재난에 이준모 목사와 직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여기저기 기도를 요청하고 있지만 딱히 기댈만한 곳은 없다. 센터장 김영민 목사는 큰 충격에 안면 마비증세까지 나타났다.
일단 전체 피해액은 사회적기업 동연, 신한은행, 서울 13개 호텔 등에서 기부받은 신품과 물품으로 약 5천여 만원어치 정도다.
문제는 거리노숙에서 벗어난 자활 근로자들에게 줄 급여가 부족하다. 일을 할 수 없으면 당장 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월 350만원 임대료부터 걱정해야 한다.
보험을 들어둔 것은 다행이지만, 보험금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보험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김인식 씨(가명)는 “거리생활을 청산하고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미뤄야 할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당황스럽지만, 다시 해보자는 목사님 말씀에 안정이 된다. 이번 일을 기회로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다시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준모 목사는 “형제들에게 흩어지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게 하고 답을 해주었다. 모두 포기하지 말고 기도하기로 했다. 우선은 복구작업을 위해 모금운동도 시작하려고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문의:032-555-8899, 후원금계좌 농협 301-0025-4562-91(예금자:내을을여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