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 "아영아, 아빠는 훌륭한 분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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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테러] "아영아, 아빠는 훌륭한 분이었단다"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4.02.21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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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서 만난 고 김진규 목사 아내 박여진 사모
▲ 고 김진규 목사의 가족 딸 아영 양과 박여진 사모. 박 사모는 "아영이가 아버지를 존경하고 닮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고 김진규 목사 페이스북>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기도하고 있습니다. 테러를 일으킨 사람도 미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 테러로 무슬림들을 미워하는 마음들이 사람들 가운데 생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지만, 무슬림들도 사랑하세요. 그들을 위해 더욱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집트 폭탄테러로 희생된 고 김진규 목사(35)와 고 김홍렬 권사(64)의 시신이 21일 4시 25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환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서울 보라매병원 장례식장 4호실에 김진규 목사의 빈소가 차려졌다.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지 며칠, 이미 눈물이 말라버린 박여진 사모(35)는 아직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남편이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했고, 얼마나 오랫동안 선교를 꿈꿔왔는지 들려주겠다며 담담히 고 김진규 목사의 이야기들을 하나 둘씩 풀어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총회 선교훈련, 선교한국 퍼스펙티브스 훈련 등 여러 가지 훈련을 마치고 선교지로 나가기 직전 사고를 당한거죠. 성지순례에서 사도바울의 행적을 따라 마음을 다잡고 3월부터 선교훈련을 더 받을 예정이었어요.”

여러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김 목사는 ‘가이드’가 아닌 ‘선교사’로서 여정을 함께 했다. 바울의 선교지를 다니며 하나님 앞에 기도드렸고, 진천중앙교회의 성도들에게 선교적 마인드를 심어주려 했던 것. 때문에 순례를 떠나기 전 교인들이 참고할 내용을 수록한 책자를 손수 만들어 들고 가기도 했다.

“진천중앙교회 성도들이 입국 후 저를 붙잡고 말씀하셨어요. 김진규 목사 아니었으면 우리 다 죽었을 거라고. 제진규 사장님과 함께 폭탄을 몸으로 받아냈다고. 참 고맙고 미안하다고. 올해 4살 된 아영이는 아빠를 존경할거예요. 다른 이들을 위해 살신성인한 멋진 아버지로요.”

언론에는 버스로 진입하는 테러범을 제진수 사장이 온몸을 던져 막은 것으로만 보도됐다. 하지만 김진규 목사 역시 테러범을 막았고, 그의 시신도 심하게 훼손됐다. 두 사람의 희생이 없었다면 더 큰 참사가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지난 21일 서울 보라매병원 장례식장. 고 김진규 목사의 빈소가 마련됐다.

다른 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진 김진규 목사. 그는 평소에도 불의를 참지 못하고 소탈했으며, 자상한 남편이자 친구 같은 아버지였다.

“사실 딸 아이가 저보다 아빠를 더 좋아했어요. 정이 많은 사람이라 적은 사례비를 받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고 베풀려고 애썼어요. 부족한 상황에도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에 가끔 싫은 소리를 하면 되려 저를 웃음 짓게 만드는 멋진 남편이었어요.”

김 목사의 가정은 삼형제가 모두 목사다. 첫째 김진성 목사는 분당 지구촌교회의 부목사로, 둘째 김진혁 목사는 천안침례교회에서 사역중이다. 평소 삼형제는 “우리 중 한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사용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단다. 그리고 동생의 죽음 앞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한 밀알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빈소를 나서는데 뒤켠에서 아영이가 말했다. “아빠 사고 난 곳에 가고 싶다.” 아직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4살 아이는 아빠를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어린 딸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더 좋은 곳(천국)에서 아빠 만날 수 있을꺼야...” 박여진 사모의 눈가에 눈물이 번졌다.

오지마을과 무슬림을 섬기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김진규 목사는 서른 다섯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뿌린 순교의 피는 그의 가족과 교회, 그리고 크리스천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한편, 고 김진규 목사의 첫 위로예배는 21일 10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고, 발인은 23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경기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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